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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Oct 19. 2019

오답노트는 학교에서만 쓰는 게 아니다

'요즘 어때요?' 얼마 전에 입사한 재무팀 L대리를 탕비실에서 만났습니다. '뭐.. 그냥 그렇지요. 요즘 야근이 좀 많아서 아내가 왜 이렇게 늦냐, 카톡 보내면 회신 좀 하라고 맨날 혼나네요'.

남편들이 아내에게 혼나는 이유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늦은 귀가, 빈약한 대화, 정리정돈, 개인위생 등 대부분 사소하고 소소하며 반복되는 일입니다. 아내는 내가 엄청난 것을 바라는 게 아닌데 왜 고쳐지지 않는 거냐, 나아지지 않는 거냐.. 계속해서 요청을 하고, 주의를 주고, 얼르고 달래고, 화를 내다가 결국엔 눈물까지 보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남편들도 '이렇게 하면 혼날 텐데, 아.. 오늘도 한소리 듣겠네..'라고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나면 바로 '방어적 태도'를 취하게 되고, 그 태도로 인해서 한 소리를 더 듣게 되죠. 악순환입니다.  

학창 시절 성적을 올리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오답노트'입니다. 틀리는 문제는 그 이유를 완벽하게 알지 못하면 다시 틀리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깨진 독에는 물을 열심히 붓는 게 아니라 깨진 틈을 메워야 하니까요. 다시 결혼 생활에 적용하면 아내에게 혼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이유를 파악해서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1. 출제자의 의도는 무엇인가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 분)는 15년간 갇힌 이유를 이우진(유지태 분)에게 물어보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질문이 틀렸기 때문이죠. '왜 가뒀느냐'가 아니라 '왜 풀어줬느냐'가 제대로 된 질문이었습니다. 만약 남편들이 '아내는 왜 화를 내고, 핀잔을 주고, 혼을 내는가'를 질문하면 답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아내는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걱정하는가'입니다. 늦어서 혼났다고 생각하면 꼬인 문제에 항상 틀리는 겁니다. L대리는 '늦어서 미안해'라는 말도 하지만 '당신 걱정시켜서 미안해'라고 했어야 했습니다. 얼굴이 두꺼운 남편이라면 "잘생긴 남편 누가 데리고 갈까 봐 걱정했구먼! 하긴.. 나도 당신이 너무 예뻐서 밖에 나가면 걱정되더라" 라며 너스레를 떨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2. 혼나는 것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

'늦어서 혼남'에 집중하면 아내를 '늦어서 화내는 사람'으로 만들지만, '남편을 걱정함'에 집중하면 아내를 '남편을 걱정하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1980년 이전 출생자라면 학창 시절 선생님께 혼난(맞은) 후에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의미로 인사를 해야 덜 혼나거나, 다시 혼나지 않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마지막 인사는 선생님을 '때린 사람'이 아니라 '훈육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는 장치입니다.

혼난 후에 아내에게 "걱정시켜서 미안한데, 걱정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아내도 사랑하는 남편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한 것이 결코 개운하지 않을 테니까요. 작용 반작용 원리에 의해 아내도 내가 아픈 만큼 아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혼난 후에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은 결코 생산적인 사고방식은 아닙니다. 자신보다 아내를 먼저 생각하고, 많이 걱정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기념일 아침보다 혼난 다음날 아침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개과천선'입니다. 틀린 문제는 틀린 문제니 까요. 오답노트는 똑같은 문제가 다시 나왔을 때 틀리지 않아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프리지어(후리지아)의 꽃말은 천진난만, 당신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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