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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Oct 15. 2019

진짜로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예전에 회사 근처 피트니스 센터를 다녔습니다. 퇴근 후 운동을 하고 나면 산발 머리에 발그레한 볼까지.. 꼭 동네 편의점 나온 것 같은 모양새로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요즘에 퇴근길엔 전화영어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에서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열심히 통화를 합니다.

얼핏 봐도 꽤 부끄러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영어 선생님은 제가 지하철에 다고 하면 '다음에 수업할래?'라고 먼저 물어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추레한 모습이나 영어수업이 별로 부끄러운 적은 없습니다.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주변에 있는 어떤 사람도 저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역시 지난 십수 년간 통근길에서 만난 사람 중에 기억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분명 순기능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선 필요이상으로 멀쩡해(?) 보이고 싶어 하면서, 항상 매일 만나는 배우자 앞에선 조신하게 행동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기억하는 사람, 매일 만나는 사람 앞에서 행동이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 게 당연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다고 집에서 정장을 입고, 교양떨자는 말은 아닙니다. 중요한 사람들을 중요하게 대하자는 겁니다. 사람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옷 고를 따 쓰에너지마저 줄이려고 항상 같은 옷을 입었다고 하죠.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어딘가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면 어딘가에선 에너지를 쓰지 못하게 됩니다.

체면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남 눈치 안 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더 신경 써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Small things often.

*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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