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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Feb 16. 2020

결혼 전에 서로에게 바닥을 보여줘야 할까요?

며칠 전 인터넷 게시판에서 '서로 바닥을 확인하고 결혼하면 다투고 헤어질 확률이 낮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더군요. 실제로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자신의 바닥을 보여주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말이죠. 그렇지만 제 눈을 사로잡은 댓글은 바로 '바닥을 보여주면 헤어지지 결혼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바닥도 바닥 나름이고, 어떤 상황에서 보여주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죠.


혹시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는 말을 혹시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공군은 생존한 비행기의 총격을 분석해서 집중 공격을 받은 곳(아래 그림 붉은 점)을 취약한 곳이라고 생각하여 동체 강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강화시켜야 할 곳은 붉은 점이 없는 곳이었지요. 왜냐면 그곳을 공격받은 전투기는 귀환하지 않고 추락했기 때문에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니까요. 어쩌면 우리가 흔히들 바닥이라고 말하는 곳도 '붉은 점'이 아닐까 습니다.


물론 '바닥'을 확인해야 할 때는 필요합니다. 자신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생존과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지요. 우리에겐 자신이 숨기고 싶은, 자신도 모르는 '역린'이 한두 개쯤은 있습니다. 만약 그곳을 자극하는 원인을 찾지 못하면 '바닥'을 넘어 '지하실'에 있는 사람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아는) 바닥을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상대방이 그것을 인정하냐' 보다는 '나의(머리도 모르는) 바닥을 이끌어낼 요소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그런 요소(말투, 생각, 행동 등)가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죠. 콜라와 멘토스는 위험한 식품이 아니지만 함께 먹으면 폭발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생존한 전투기 동체에 총격을 분석한 결과, 강화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전투기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Survivorship_bias]



흔히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는 '살아남은' 성공사례만 넘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목할 부분은 '죽은 사람' 즉 '실폐 사례'입니다. 그러니 결혼을 생각하는 분을 만나고 있다면, 서로의 바닥을 보여주기보다는.. 내 역린을 상대방이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그것이 안전하고 오래가는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요.


Small things often.


* 지하 몇 층까지 가야 바닥일까요?


ps.

상대방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냐고요? 제가 예전에 썼던 글을.. 추천드립니다. :)

https://brunch.co.kr/@goodhus/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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