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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Mar 07. 2020

아내와 가습기 (부제 : 매뉴얼을 아는 사람이 승자)

2년 전에 3년간 사고 싶던 가습기를 샀습니다. 아내는 조금 더 저렴한 가습기를 알아보라고 했지만 제가 너무 갖고 싶다해서 오랜 기다림끝에 구매했습니다. 도자기를 닮은 외형도 좋고, 4리터가 넘는 분무량도 좋고, 물을 채우는 경험도 좋아서 구입을 했지요. 졸라서 구입을 했으니 매일 저녁 가습기를 켜고, 물을 채우고, 주말에 필터 청소는 제 담당이 되었습니다. 아.. 가끔 하는 필터 세척은 아내의 도움을 받곤 합니다.  


며칠 전 침대에 누워 있는데 아내가 가습기를 켜야겠다면서 뒷면에 있는 전원 버튼이 아닌 다른 곳을 누르는 겁니다. 속으로 '어.. 가습기 사용법 잘 모를 텐데.. 일어나야겠군'하고 있는데, '띠리링'하면서 가습기가 켜지더군요. 그리고는 능숙하게 가습 단계를 올리더군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아내에게 물어봤습니다.


나 : 뭐지? 당신은 그렇게 가습기 켰어?

아내 : 응, 상단에 컨트롤링 한번 누르면 켜지고, 켜진 상태에서 길게 누르면 꺼지는데.. 몰랐어?

나 : 어.. 몰랐어. 나는 지금까지 항상 뒷면에 전원 버튼을 눌렀지.. 어떻게 알았어?

아내 : 매뉴얼을 써있지.


저는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전원, 주요 기능을 대충 익힌 후에 사용하면서 익히는 편인 반면, 아내는 매뉴얼을 꼼꼼히 살펴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빨리 사용하는 반면에 나중에는 잊어버리는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가습기 필터를 세척할 때 베이킹 소다 필요한 양이나 담가두어야 하는 시간 등.. 처음엔 잘 아는 듯하는데 오래 기억을 잘 못합니다. 아내는 처음엔 느리게 배우지만 오래 기억해서 나중엔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정확하게 아는 편이죠. 


부부로 살다 보면 서로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럴 때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갈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이것은 누군가의 틀린 점이 아니라 서로가 다른 점이라는 것..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지만 말이지요. 


Small things often.



* 좋은 제품일수록 매뉴얼이 잘 정리되어 있지요. 그러면 매뉴얼을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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