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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을 한 후배 J에게

by 좋은남편연구소

후배님, 승진 축하합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게 엊그제 같은데..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머쓱해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제가 작년에 승진할 때도 저랬나 싶네요. 요즘엔 '승진보다 연봉'이라고도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승진'만큼 공개적으로 명확하게 인정을 받는 기회도 많지 않지요. 그리고 승진하면 연봉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니던가요. 그래도 꼰대답게 몇 말씀드립니다.


승진은 축적된 과거의 결과입니다.

승진은 미래에 대한 베팅보다는 과거에 대한 보상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몇 년간 고생한 것은 이것으로 정산이 된 거라고 보셔야 합니다. 이제는 다시 백지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아쉽지만 초시계는 다시 00:00:00으로 맞춰졌습니다. 이제 후배님이 하셔야 할 일은 본인이 승진할 만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승진한 것으로 능력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셀럽'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승진한 분들과 축하인사는 짧게 하세요.

코로나 19 바이러스 덕분(?)에 축하 파티는 어렵겠지만 소소한 축하 모임은 꽤 있을 겁니다. 동기들과의 축하, 같은 부서원들과의 식사.. 하지만 축하는 짧을수록 좋습니다.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들 눈치를 보라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해야 할 일,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로 빨리 돌아가라는 겁니다. 3월 5일은 승진한 넷째 날이 아니라 목요일이라는 것을 빨리 그리고 깨닫는 게 좋습니다. 내가 깨면 '병아리', 남이 깨면 '프라이'라는 말을 기억하세요.


보이지 않는 분들께 감사인사를 하세요.

마지막으로 감사인사를 전해야 할 분들을 찾아보세요. 다른 부서로 떠난 예전 부서장, 많이 혼냈던 선배, 퇴임한 임원.. 후배님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세요. 지금 내 상사, 지금 내 동료가 아니라 조금 떨어져 있는 분들에게 말이지요. 예상치 못한 후배의 인사로 그분들은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게다가 본인에게도 좋은 평판의 밑거름이 될 겁니다. 선물을 들고 찾아뵈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가르쳐 주신 덕분에 승진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짧은 메시지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좋은 일인데 축하는 짧고, 잔소리는 길었네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성장해주길 바랍니다. 조금씩 넓고, 깊고, 새롭게 변하도록 저도 돕겠습니다. 후배님도 저를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Small things often.


* 새로운 출발을 앞둔 당신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직장생활 관련 글은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 관계가 없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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