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회사는 매일 출근할 때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37.5도 이상 열을 측정할 경우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정했습니다. 9시가 조금 넘자 출근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하던 열화상 카메라에서 경보음이 울렸습니다. '어?' 하면서 카메라 앞에 있는 동료에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카메라 앞에 있던 동료도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 영상을 보던 동료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메리카노는 여기 아래쪽 선반에 놓아주세요'동료의 체온이 아니라 커피의 온도가 37.5도를 넘겨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몇몇 동료가 커피를 들고 있다가 경보음 세례를 받았습니다. 문득 '우리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사람 자체의 능력보다는 그 사람의 외모나 학벌에 후한 점수를 줄 때가 있었습니다. 외부 활동이 없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옷차림과 언변으로 능력을 가늠하기도 합니다. 동료와 후배의 평판보다는 상사가 인정하기 때문에 훌륭하다고 여길 때도 있지요. 때로는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어떤 혜택을 줄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평가라는 것은 받는 것도 어렵고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특히 학교를 떠난 이후 세상은 '공정한 평가'를 찾기 힘듭니다. 중간고사 같은, 100미터 달리기 같은 일들은 직장에서 일어나지 않기에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정'과 '상황'의 논리에서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마치 침대 길이에 사람을 맞추듯, 뜨거운 커피를 든 사람을 체온 이상자로 분류하듯..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말로 모든 것을 풀어내듯...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으면서 누군가를 평가하게 되는 40대 직장인의 고민.. 쉽게 풀리지 않네요. 그래도 고민은 해야겠지요. 정답은 아니어도 해답은 찾길 바라면서요.
Small things often.
[직장생활 관련 글은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 관계가 없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