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바쁜 아빠였습니다.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해서 잠들 무렵에 퇴근을 했지요. 아이가 어릴 때는 '내 앞에 있을 때 잘하자'는 생각으로 주말만큼은 두 여인을 위해서 많이 노력했습니다. 자연스레 아이는 엄마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그런 모습이 당연하면서도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퇴근해서 아이의 생각과 경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그림에는 본인, 공주(가끔은 이것도 본인), 엄마, 사촌동생... 그리고 가끔 아빠가 등장했습니다. 아이의 머릿속에 무엇이 있는지 보게 되면서 '어.. 나는 별로 없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일 중 2일을 함께 있는 아빠가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 수 있으니까요.
어제 아내가 보여준 그림에는 세 식구가 모두 있었습니다. 최근 몇 달간 나름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림을 유심히 보는 제게 "아빠는 연을 들고 있어요. 연은 아빠가 좋아하는 <Toy Story> 색깔이에요."라고 설명까지 해주더군요. 텔레비전에 나온 것도 아닌데 뿌듯한 기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