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남편연구소 Mar 22. 2020

좋아하면 따라 하고, 따라 하면 좋아하게 됩니다.

어제저녁부터 아이가 '꽂힌 놀이'가 있었습니다. 풍선을 던져서 주고받는 놀이(아이는 '공놀이'라고)입니다.  여느 일곱 살 꼬마가 그렇듯 한번 꽂히면 며칠 동안은 그 놀이를 계속 하려고 합니다. 적당한 크기로 풍선을 불어서 아이에게 던지면 아이는 받고, 아이가 던지면 제가 받았습니다.


몇 번 풍선을 주고받는 동안 '아.. 오늘은 하루 종일 이걸 하겠구나..' 하면서 점점 말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 있는 아이는 풍선을 받든 못 받든 상관없이 즐거워했습니다. 풍선이 바닥에 떨어져도 까르르, 풍선이 천정에 부딪혀도 까르르.. 풍선을 던진 때도 얼굴을 구겼다가 펴고, 춤을 추듯 몸을 비틀면서 '규칙은 이렇고, 나는 이렇고, 아빠는 저렇고..'무언가 말을 계속했습니다.


문득 20년 전에 들었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때 그 말을 알려주신 분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라'라는 말도 함께 알려주셨지요) 그리고는 딸아이의 표정과 몸짓을 따라 했습니다. 풍선을 들고 '왼쪽으로 던질까, 오른쪽으로 던질까'하면서 풍선을 막 흔들었습니다. 아이가 풍선을 받으면 '아.. 코로 받았네요!!'라며 반응을 했습니다.


아이의 반응은 너무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냥 아이의 표정과 행동을 따라한 것뿐인데, 풍선을 주고받을 때마다 너무 재밌다며 '까르르' 웃는 모습에 제가 더 기쁘더군요.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는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와 기분 좋게 놀려고 무언가 하려고 했던 노력보다, 아이를 따라 하는 게 반응이 더 좋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하는 것, 자신을 따라 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Small things often.



*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데, 본인도 컴퓨터 있다며 꺼내서 들고 온 딸아이..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가 아빠와 친해졌다고 느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