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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Mar 24. 2020

아이의 그림에서 아빠는 무얼 하고 있나요?

어제 아내가 카톡 프사를 바꿨습니다. 자세히 보니 딸아이가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아내가 프사를 바꾼 것은 머리 스타일을 바꾼 것과 비슷한 수준의 사건이라 꼭 챙겨 봐야 합니다.) 그런데 평소 아이가 그린 그림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저희 부부만 있는 겁니다. 항상 엄마와 아빠 사이에 본인을 그렸거든요. 왼쪽을 보니 제목이 '엄마의 결혼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오른쪽 부분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부케가 아내 손이 아니라 제 손에 들려 있더군요.  


퇴근 후에 아이에게 그림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나 : 은서가 그린 <엄마의 결혼식> 그림 보니까 은서가 없더라?

딸 : 나는 엄마 뱃속에 있지~

나 : 어? (아.. 닌데..)

나 : 그런데 아빠가 꽃을 들고 있더라?

딸 : 응, 맞아

나 : 원래 꽃은 신부가 들고 있는데.. 왜 아빠가 들고 있어?

딸 : 아빠가 엄마 주는 거야. 아빠가 엄마한테 꽃 주잖아.

나 : 아.. 아빠가 엄마한테 꽃 줘서 그렇게 그린거야

딸 : 응

나 : 아빠가 엄마한테 꽂을 면 은서 기분이 어때?

딸 : 어.. 부!끄!러!워!!!!


모든 아이는 저마다 관심사가 있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지요. 저희 아이의 관심사는 공주이고,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즐거웠던 일, 좋아하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을 하루에도 몇 장씩 그립니다. 그렇게 몇 년을 그리더니 이제는 제법(아빠 눈에는) 그려냅니다.


아이에게 아빠의 모습이 엄마에게 꽃을 주는 모습이라 기뻤습니다. 다음에도 아이의 그림에 좋은 모습으로 등장하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했습니다. 그 순간 '이것이 혹시 아내의 큰 그림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핫


Small things often.


* 딸아이가 그린 <엄마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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