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아내에게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합니다. 가끔은 하루 종일 연락이 없이 귀가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게 아내가 아쉬워하는 것 중 하나여서 식사를 할 때라도 메뉴는 뭐다.. 당신도 맛있게 먹어요.. 같은 메시지도 보내봤지만 작심삼일이 되더군요.
최근에 퇴근이 조금 빨라지면서 아내와 동네 한바퀴 산책, 그리고 간식 먹을 소소간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 아내는 초콜릿 과자 몇 개를 꼭 먹더군요. 아내가 달달한 간식을 좋아하는 걸 알았지만 여전히,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습니다. '초코송이'하나에 '아~~ 달다' 하면서 행복해하는 아내를 보고 나니 퇴근길에 신선한(?) 간식을 좀 사 갖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에는 지하철 개찰구를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막 내렸다.. 뭐 먹고 싶은 거 있냐.. 알았다.. 역시나 아주 짧고 간단한 통화였습니다. 며칠 동안 연속해서 과자를 집에 들고 가자 아내가 '여보, 이제는 단거 그만 먹을려고.. 이제 간식 안 사다줘도 괜찮아요 ㅎㅎ'라고 말하더군요. 다음 날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뭐 사갈까?'라고 물어보자, 아내는 '또 다른 초콜릿 과자'를 주문하더군요. 그럴 줄 알았지요.
돌이켜 보면 매일 만나는 부부 사이에 아침에 인사를 하고 몇 시간도 안되어 안부를 묻는 연락이 제게는 꽤 낯설고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역에서 아내에게 하는 전화는 곧 도착함을 알리고, 무언가 쇼핑을 해서 돌아가는 목적이 있는 행동, 생산적인 쇼핑(?) 같았습니다. 저처럼 뭔가 메시지 보내고, 전화를 하는 게 어려운 남편이 계시다면.. 연락의 목적을 만들어 보면 어떠신지..라고 말씀드려 봅니다.
Small things often.
* 이번 주면 벚꽃도 떨어지겠지요. 그래도 우리 집에 꽃은 계속 피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