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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Apr 18. 2020

맑은 날 우산을 쓰고 산책 가자는 딸에게

저희 가족이 사는 아파트 뒷문은 둘레길과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아이랑 가볍게 산책하기 좋습니다. 오늘은 아이와 단둘이 산책을 가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며칠 전부터 '아빠랑 산책하기'를 손꼽아 기다렸으니까요. 어쩌면 아내도 손꼽아.. 허헛


감사하게도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아이는 점심식사를 하면서부터 '산책'이야기를 하며 어깨춤을 췄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색으로 맞춰 입고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서는데, "아빠, 우산 가져가도 돼요?"라고 아이가 물어보더군요. 순간 '응? 이렇게 맑은데. 대낮에??' 하는 생각과 함께 '아.. 앞에서 아이가 우산 쓰고 걸어 다니면 시선 집중 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투명한 비닐로 된 우산을 쓰면 사람이나 차가 오는지 알 수 있다. 앞이 막혀있는 우산은 앞이 보이지 않아서 위험하다'면서 본인의 우산 자랑을 연신 늘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알았어. 우산 들고 가자. 대신 다른 사람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해. 알았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이는 아파트 입구를 나서자마자 우산을 폈습니다. 핑크 핑크 한 우산에는 디즈니 공주가 가득.. 순간 벚꽃잎이 비처럼 내렸습니다. '꽃비가 내려서 우산이 필요했구나..' 하며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는 신이 났고, 주변의 시선은 오로지 아빠인 제 몫이었지요. 하핫..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수는 없지만, 규정/기준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좀 부끄러워지는 일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막지는 않으려 합니다. 물론 쉽지 않지만.. 노력은 해보려고 합니다. 



Small things often.

* 맑은 날이지만 굳이 우산을 쓰고 싶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못한 것보다는 잘한 것을 찾는 눈과 마음을 갖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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