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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가 빠진 딸을 보면서..

by 좋은남편연구소

지난주부터 아내가 '은서 아랫니가 흔들리네. 다음 주에 치과를 가야 할 것 같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내에게 '아랫니 빼는 날 알려줘. 축하해야지.'라고 말을 했습니다. 일요일 저녁, 아이는 아랫니 때문에 식사를 하기가 조금 불편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내가 '내일 치과 갈래? 아니면 화요일에 갈래?'라고 물어봤고, 아이는 고민하더니 '화요일에 갈래요'라고 답을 했습니다.


화요일 아침부터 아내에게 치과를 다녀오면 연락주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아내는 가려고 한다고 답을 했습니다. 오후에 휴대폰을 몇 번 만지작 거리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찰나.. 아내가 앞니가 빠진 채 웃고 있는 소녀 사진을 보냈습니다. 아내에게 '아이고.. 당신 고생했어요'라고 답문을 보냈습니다.


퇴근길에 꽃집에 들려서 꽃을 샀습니다. 그리고 맥도널드에 들려서 해피밀 세트를 샀습니다. 장난감으로는 딸아이가 좋아할 만한 판다를 골랐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딸아이가 앞니가 빠진 채 웃으며 '다녀오셨어요'라고 배꼽인사를 했고, 저는 무릎을 꿇은 채 '앞니 빠진 거 축하해'라며 선물을 줬습니다. 항상 엄마에게 더 큰 꽃을 준 아빠가 오로지 자신에게만 꽃을 주는 게 뿌듯하고 신이 났는지 아이는 '내 꽃이야'라며 좋아했습니다.


걸음마를 걷고, 말을 하고, 혼자 밥을 먹고, 글을 읽고... 이제는 유치가 빠지면서 딸아이는 자신만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저와는 한 걸음 멀어진 듯합니다. 아직은 제 품에 있지만, 언젠가는 저를 떠나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겠지요. 제가 그랬듯 말입니다.


Small things of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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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타르카리아의 꽃말은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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