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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Apr 25. 2020

오랜만에 부모님과 보낸 하루..

아침 일찍 일어나 부모님 댁으로 갔습니다. 편도만 200km 가까이 됩니다. 대충 보니 오늘 운전할 거리가 450km 정도 되더군요. 8시 조금 넘어 도착하니 어머니는 아침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내가 줬으면 '고봉밥'이라며 1/3은 덜었을 법한 밥그릇이 보입니다. 어머니 눈에는 아직도 제가 밥을 챙겨줘야 먹는 아들로 보이나 봅니다. 


식후에 어머니께서 주신 커피 한잔으로 피로를 풀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소파에 누워서 채널을 맘대로 돌려가며 TV를 봅니다.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짐을 챙깁니다. 예상대로 어머니는 매실, 사과 원액에 온갖 장류를 세팅해 놓으셨습니다. 나이와 장소 그리고 환경에 상관없이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감사하면서도 안쓰럽습니다. 


출발 전에 차량 세팅을 합니다. 바람은 시원한데 볕이 좋아 차 안은 제법 따뜻해져서 에어컨도 살짝 틀었습니다. 좌석도 닦고, 매트도 한번 털어놓습니다. 아버지 자리는 보조석 시트를 최대한 앞으로 밀고, 헤드레스트도 치워서 '회장님'좌석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재생시간만 1시간이 훌쩍 넘는 '나훈아 노래 모음 vol 83'를 찾았습니다. 


연예인, 정치인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2시간 동안 달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다시 식사를 차리셨고, 아버지께서는 겨우내 방치된 화분을 정리하셨습니다. 저는.. 밥 먹고 다시 누워 TV를 봤지요. 오랜만에 부모님과 셋이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고, TV를 보고 있으니 결혼 전으로 돌아온 듯했습니다. 그때는 집에 있는 것이 불편하고 심심해서 괜히 카페에서 책 읽고, 웹 서핑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있으니 편하고 좋더군요.  마치 제가 일곱 살짜리 딸아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하핫..  


다시 집에 오니 아내와 아이가 반겨줍니다. 아내는 고생했다 하고, 딸아이는 책을 읽어달라 합니다. 아들에서 남편과 아빠로 다시 복귀한 느낌이었습니다. 느낌은.. 나쁘지 않네요. :)


Small things often. 


* 오래된 것으로부터 오는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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