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낮잠을 잤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으른이 된 후로는 아무리 피곤해도 낮잠을 자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산책을 했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조금 쉬는 것도 좋으련만 어떻게든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지요. 입안이 헐고, 입술이 터져도 절대 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낮잠을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아내는 원래도 낮잠을 좋아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군 전역 이후에 성인이 낮잠을 자는 모습을 결혼하고 처음 봤지요. 그러다가 아내가 임신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낮잠이 제게도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잠깐이라도 자고 나니 그렇게 개운할 수 없더군요. 어쩌면 나이를 먹으면서 에너지가 예전만큼 넘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지요.
토요일인 오늘도 평소보다 조금 더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도 피곤이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아내는 "30분 후에 깨워줄 테니 좀 자요"라면서 낮잠을 권했습니다. 아이가 보물 찾기를 한다면서 침대 위를 돌아다닐 때까지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깨고 나니 몸도 개운하고, 기분도 좋더군요. 역시 아내 말을 듣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 잠을 잔다는 것이 뒤쳐지는 것이라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에게 채찍질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타인의 시계에 맞춰서 달리는 육상선수 같았지요. 이제는 조금 천천히 뛰어도 괜찮다, 가끔은 쉬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이니까요.
Small things often.
* 낮잠을 자는 딸아이를 보면 그렇게 깨우고 싶었지요. 깨어나면 후회를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