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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Apr 27. 2020

남편은 빨래 건조기와 식기 세척기를 이길 수 있을까?

2018년 12월에 빨래 건조기를 (아내와 상의 없이 선물로) 구입했습니다. 거실(집안 구조상 어쩔 수없이)에 놓인 커다란 건조기를 보면서.. 아내는 '왜 이런 걸 사 왔냐'라고 했지요. 그리고는 자리차지를 너무한다 옷감이 상한다더라 하면서 '가끔만' 써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1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좋은 물건을 왜 그동안 안 썼을까.. 참 편하고 좋네.. 이거 없이 어떻게 살았나.. '라며 좋아했습니다.  


올해 2월에 지인 찬스로 식기 세척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흘렸더니 아내는 미끼(?)를 물었습니다. 1달은 기다려야 한다던 세척기는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고, 단 하루 만에 아내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삼시 세 끼를 모두 집에서 먹다 보니 만족도 상승 곡선은 건조기보다 빠르게 치솟았습니다.  


주말에 건조기와 식기세척기를 쓰다 보면 아내가 왜 건조기와 세척기를 사랑하는지 알겠더군요. 그리고는 '이 녀석들과 내가 경쟁하면 이길 수 있을까?'싶었습니다. 조금 바보 같은 질투(?)였지만 생각해보니.. 꽤 경쟁력 있는 상대였습니다. 아내에게 바라는 것은 없고, 아내의 기대 수준은 언제나 충족시키고, 항상 그 자리에서 성실하게 맡은 임무를 수행하니까요. 기분에 따라 말투가 바뀌지도 않고, 중요한 부탁이나 일정을 까먹지도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아내가 제게 요청했던 일은 '지구를 구하는 것'같은 엄청난 일은 아녔습니다. 아내를 위해 무언가 했으면 하는 부탁도 있었지만, 제가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딸과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부탁한 일도 많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빨래 말리는 것보다, 설거지 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 많았습니다.


아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아내가 바라는 것 중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이거 할 테니 대신 이거 해줘'라고 하지 마시고요), 고민의 결과를 하나씩 실행하면.. 건조기에서 갓 나온 빨랫감을 보듯, 세척기에서 깨끗해진 밥그릇을 보듯.. 아내가 우리를 그렇게 바라보지 않을까요? 하핫..  


Small things often.


* "건조기와 세척기는 함께 여행을 갈 수는 없잖아?" 라고 생각해봅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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