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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Apr 29. 2020

아내가 나와 결혼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퇴근 후에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아내가 "여보, 저것 좀 봐봐. 뭐 달라진 거 없어?"라고 물어보더군요. 아내가 가리킨 것은 결혼 2300일 기념으로 아내에게 준 장미였습니다. 저는 '하루도 안 지났는데 겉잎이 조금 바깥으로 말렸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대답은 "은서가 저걸 가리키면서 '엄마 어때요?'라고 하더라고. 자기가 향초를 꽃병 옆에 나란히 놓았다면서 말이야. 근데 나름 괜찮지 않아? ㅎㅎ"였습니다. 딸아이는 시각적인 감각이 꽤 발달한 편입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경험을 종종 했었습니다. 얼마 전에 파란색 곰이 주인공인 그림책을 하나 샀는데, 딸아이는 책 표지를 보더니 어디서 봤다는 겁니다. 아내는 곰이 다 비슷하지 이러자 아이가 "맞다!" 하더니 식탁에 있던 물티슈를 가지고 와서 "여기에 있는 곰이랑 똑같네"라고 해서 아내를 놀라게 했지요. 똑같은 캐릭터가 그려진 물티슈였거든요. 


나 : 여보, 은서가 눈은 나를 닮은 것 같지? 나도 시각이 좀 예민하잖아. 

아내 : 맞아. 당신이 눈썰미가 있는편이지..

나 : 그치? 그래서 내가 당신이랑 결혼한 거야. 예뻐서.. 하핫

아내 : 그럼 나는 어디가 발달한 것 같아?

나 : 음.. 당신은 시각보다는 청각이 발달했지. 

아내 :  그렇지.. 그럼 시각은 안 발달해서 당신이랑 결혼한거야? ㅎㅎ

나 : 응?? 그렇게... 되나??


결혼 7년 만에 아내가 저랑 왜 결혼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딸아이의 재능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조금 씁쓸하군요. 


Small things often.


* 자나 장미의 꽃말은 '끝없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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