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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Apr 30. 2020

아내가 "여보, 뭐 바뀐 거 없어?"라고 물어볼 때

요즘 다시 야근이 잦아졌는데, 어제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귀가했습니다. 아이가 고른 책 두 권을 읽어주고, 아내는 15분 만에 아이를 꿈나라로 보냈습니다. 이제 아내랑 <그 남자의 기억법>을 볼 시간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저를 보더니 "여보, 뭐 바뀐 거 없어?"라고 물어보더군요.


잠깐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하지만 머리 회전은 시속 200km를 달리는 엔진처럼.. 순간 어제 아내가 '염색해야겠다'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음.. 염색했네?"라고 대답을 했더니, 아내는 씩 웃으면서 "오.. 알아보네 ㅎ 갈색으로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진한거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휴우.... 


아내가 "여보, 뭐 바뀐 거 없어?"라고 물어보면 시간도 멈추고, 뇌도 멈추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나름 지켜온 행동 수칙(?)을 공유드립니다.   


1. 아내와 나눈 대화를 떠올려 봅니다.  (feat. 고민의 눈빛)

최근에 아내가 했던 말에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집안 소품부터 헤어 스타일까지 아내가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 했던 것들이 중요한 단서입니다. 하나라도 생각이 나면 제가 그랬듯 대답을 하는 겁니다. 혹시라도 틀렸다면 '지난번에 당신이 염색하고 싶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지'라고 말합니다.  


2. 아내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feat. 애정의 눈빛)

만약 1단계에서 실패했다면 2단계로 넘어갑니다. 외모의 변화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머리부터 얼굴(이마, 눈, 눈썹, 볼, 입술) 그리고 손/발(손톱/발톱까지) 살펴봅니다. 이때 눈빛은 '기다려봐. 내가 꼭 맞출게. 조금만 기다려.' 뭐.. 이런 느낌적 느낌(?)을 표현하면 더 좋습니다. 만약 도저히 못 찾을 것 같으면 "어제 보다 예쁜 거 같아." 정도를 추천드립니다. 


아내가 '바뀐 거 없냐'라고 물어봤을 때, 남편이 정답을 맞힐 거라고 생각할 가능성은 50% 이하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것보다 아내가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한 것, 아내의 질문에 무심하게 대답하는 것이.. 큰 실수 아닐까요?


Small things often. 


* 어려운 질문을 받으면 비상문을 찾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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