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님은 배우자를 '아내'라고 하시네요? 대부분 기혼자들은 와이프나 집사람 아니면 애기 엄마라고 하던데.."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 근처를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동료가 물어봤습니다. 아내를 부르는 호칭은 결혼 전에 고민을 했습니다. '배우자를 설명할 때, 배우자를 부를 때 어떤 호칭을 쓸까'말이죠. 제가 내린 결론은 '아내' 그리고 '여보/당신'이었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공항 근처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아내에게 "여보"라고 불렀습니다. 아내는 '여보'라는 호칭을 듣자마자 "으.. 여.. 보.. 라니.. " 라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도 조금 어색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내에게 '내가 여보라는 말을 누구한테 하겠냐, 나한테 여보라는 호칭을 누가 듣겠냐'며 앞으로 '여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 어떤 호칭을 강요하진 않았습니다. 그건 아내의 결정이니까요. 신혼여행이 끝날 무렵, 저희 부부는 '여보', '당신'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은 처음엔 조금 어색했습니다. 와이프나 집사람, 안사람이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인지 '여보'라는 말을 하는 것보다 입에 잘 붙지 않더군요. 그래도 '아내'라는 단어가 보기에도 예쁘고, 듣기에도 정감 가는 호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익숙해질 무렵 종종 '아내라고 부르네..' 하면서 좋게 봐주는 분들이 계셔서 강화되기도 했지요.
부부간 호칭에 우열을 따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호칭이라도 부르기 좋고, 듣기도 좋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는 자녀가 곧 중학생인데 형수님을 여전히 'ㅇㅇ'(형수님 성함의 변형)라고 애칭을 부르는 분도 계십니다. 그분의 글에서 'ㅇㅇ'라는 호칭을 볼 때면 애정이 느껴져서 좋지만 제가 아내를 애칭으로 부르는 건 좀 어렵습니다. 하핫.. 결국 호칭에 어떤 감정을 담는가.. 그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Small things often.
* 자신을 불러주는 팬이 없는 곳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호칭은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