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경력이 어느 정도 되면 입사 지원서를 읽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가 누구라고'하는 불편한 마음을 누르고 동료가 될 사람을 찾아봅니다. 그런데 사회경험이 거의 없는 20대 젊은이의 지원서를 읽다 보면 문득 미안함이 올라옵니다. 20대 시절도 어느덧 20년 전이 된 40대 아저씨라서.. 요즘 20대가 어떻게 10대 시절을 보내서 대학생활을 했는지 언론을 통해서 보고 들었지요. 물론 언론에서 보여주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20대 청년들의 인생에는 독립, 주인의식, 주체성, 도전 같은 단어보다는 부모님의 관리와 감독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면서 살아야 한다'라고 강요하는데, 회사는 '당신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도전적으로 살아왔냐'라고 묻고 있다니.. 참 잔인하고 모순적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욱 마음에 걸리는 것은 주도적이며 도전적인 삶을 살아온 지원자를 보면서 '조직 생활에 맞지 않을 것 같다'는 고민을 한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이면 학교에 갈 딸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된 지금.. '딸아이가 지원서를 쓸 때 어떤 고민을 할까?' 생각해 봅니다. 딸아이가 자소서를 자소설로 쓰지 않기를 바라는 바람,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살면 괜찮은 내용이 있을까 하는 불안, 그렇다고 내가 무언가를 해주면 더 나아지려나 하는 걱정이 제 머리와 마음을 채웁니다.
Small things often.
* 저도 광화문을 지나면서 '저렇게 사무실이 많은데, 왜 나는..'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