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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이행력'이 '문제 해결력'일까요?

by 좋은남편연구소

미국의 사회학자 토비 허프는 서양에서 근대 과학이 발전하고 동양에서는 그러지 못한 것을 인재 평가 방식의 차이에서 찾는다. 동양에서는 국가나 스승이 젊은이들의 능력을 평가했다. 그런 사회에서는 젊은이들이 선배들이 세운 기준을 충실히 따르게 된다. 반면 유럽의 대학에서는 일찍부터 논쟁과 토론이 발전했고 이는 체계적인 회의론으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저 / 102p)


"A솔루션은 이 건물에 설치하기 어렵습니다. 네트워크 공사를 한다고 해도 당장 오늘은 어려워요.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B솔루션은 지금 당장 설치/실행 가능한데요. 왜 A솔루션을 원하시나요?" 그러자 고객사 담당자가 말했습니다. "전무님께서 A솔루션으로 진행한다고 사장님께 보고하셨으니까요." 오래전에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같은 효과/같은 결과를 만드는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현장/현실의 문제로 계획을 실천하기 어려운데.. 계획의 실천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현장에 있는 실무자가 자신의 이익이나 편의를 위함이 아니라면 충분히 수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나 비용의 효율성도 더 좋은데도 말이죠. 만약 그 이유가 보고한 대로 실천하기 위함이라면 실무자는 힘이 빠집니다.


최초 보고한 것과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다면 변경 보고(왜 바꿔야 하는가, 왜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는가..)를 해야 하는데 변경 자체가 자신의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이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준비가 부족하고 계획이 치밀하지 못함은 당연히 지적을 받아야 합니다. 반도체 같은 정밀 기계를 만드는 공정은 당연히 치밀하고 오차가 없어야겠지만, 상당수의 업무는 현실과 현장의 상황에 따라 조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보고 이행력'과 '문제 해결력'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평가문화가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가지가 같을 수도 있지만 같아야만 하진 않으니까요. 마치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처럼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우리에겐 필요한 시기인 듯합니다. 제게도 그런 지혜가 있기를...


Small things often.

* 행복한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사진관을 찾는 게 아니라 행복한 가족이 되는 게 먼저 아닐까요.


[직장생활 관련 글은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 관계가 없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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