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밀레니얼 세대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고 Z세대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집전화가 없는 시대, 디스켓에 저장한 기억이 없는 세대,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고 인화한 경험이 없는 세대.. 아마도 제 아이는 '아. 맞다. 예전엔 사람이 직접 운전했죠? 위험하게 말이에요.'라면서 회사를 다니겠지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라며 발랄했던 X세대도 이제는 끼인 세대.. 즉 선배의 기준은 따르고 후배에겐 도전받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 하는 선배님에겐 '눼눼'하고, '이건 왜 해요?'라는 후배에겐 경험한 적 없는 '평등하고 합리적인 설명과 설득'을 해야 합니다. 어찌 보면 힘들겠지만 좋게 보면 양손잡이 또는 바이링구얼(bilingual)이 될 기회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그런 상황에 놓이면 '죽을 맛 카레'를 먹는 기분이 들겠지요.
하지만 역사상 '끼인 세대'는 항상 존재했습니다. 오후 11시 59분이 그날의 마지막인 듯 하지만 1분만 지나면 새로운 날이 오고, 막차가 떠나면 잠시 후에 첫차가 온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충분히 견딜만하고 적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끼인세대에게 필요한 첫 번째 마음가짐은 '나만 끼어 있다'는 생각보다는 '변화는 계속된다'는 현실 인정이 아닐까요?
최근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는 [甲으로 살고 있습니까?]라는 칼럼을 보면서 공감이 되는 이유는 저 역시 지나온 직급이 남은 직급보다 많기 때문이겠지요?
다들 그렇게 살지 않느냐, 당신에겐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날 나는 후배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회사의 인사 결과와 무관하게 우선 네 방향을 정하고 전략을 짜라고. 우리는 늘 회사를 위해 기획서를 쓰고 클라이언트를 위해 전략을 짜는데 이제는 자신을 위한 기획서를 써보라고. 나는 무엇을 잘하고 어떤 강점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의 시간을 어디서 누구와 무얼 하며 보낼 것인지를 적어 보라 일렀다. 물론 나이 오십이 다 되어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고통스럽다. 이십몇 년을 일했어도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있는 것 같지 않고 회사 명함 없이 이름 석 자로 세상에 나갔을 때 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지, 통하기는 할지 막막하고 불안하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808/102350637/1
Small things of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