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는 제 인생영화 중 하나입니다. 영상미뿐만 아니라 주/조연 배우들의 대사, 연기 등 모든 것들이 매우 인상적이지요. 그중에서도 하선(이병헌 분)과 사월이(신은경 분)가 나오는 장면을 특히 좋아하는데요. 특히 사월이가 궁에 들어온 이야기는 제게 여러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소인의 아버지는 산골 소작농이었사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관아에서 세금으로 전복을 바치라 하여..
고리를 빌려 세금을 메우다 보니 빚이 빚을 낳게 하고
결국 집과 전답마저 빼앗기고 아버지까지 옥살이를 하게 되었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5zVqyesZlGc
처음 이 장면을 보았을 때는 '공납의 병폐와 대동법 시행'과 연관 지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여러 번 보다가 문득 '지금도 산골 소작농에게 전복을 바치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와 구성원에게는 달성하기 어렵고, 관계도 없는 KPI를 세우는 일들 말입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회사에서는 조직/개인의 KPI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특히나 올해처럼 상반기에 코로나 19 이슈로 상당수 기업의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더욱 KPI 달성에 민감해집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업무와 연관된 평가기준을 수립하겠지만.. 때로는 평가를 위한 평가, 오로지 분란 없이 순위를 매기기 위해서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일들이 생깁니다.
업무와 관련 없는 자격증이나 어학성적을 따느라 부서에서 일부 인원을 차출하여 공부를 시키기도 하고, 업무능력과 관계없이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을 하기도 합니다. 영화 <곡성>(2016)에서 효진(김환희 분)이 외치던 '뭣이 중헌디?'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혼나거나,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에.. 아쉽게도 평가기준을 승인하고, 평가를 할 수 있는 리더들에게 하선의 대사를 한번 드립니다.
그깟 사대의 명분이 뭐요?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하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곱절은 더 소중하오.
물론 대동법(세금을 특산물이 아닌 쌀로 일관되게 내는) 시행 시기가 광해군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거기까지 거론하기엔 저의 역사적 학식이 부족하네요. 하핫..
Small things often.
[직장생활 관련 글은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 관계가 없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