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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Nov 26. 2020

집안일은 나누면 배가되고 함께하면 반이 됩니다.

회사에서는 R&R(Role & Responsiblity)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협업을 해야 하고, 협업을 위해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순서에 맞춰서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지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군대에서 연병장 반을 나눠 제설작업을 해보면 정확하게 기준선에 쌓인 눈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역할을 정확히 나누지 못해서 그럴 수 있지만.. 사람이 갖고 있는 한계이자, 상황이라는 변수가 만드는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레고 블록이나 시계 톱니바퀴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건 보기 힘들죠.   


결혼 후에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가사 노동'입니다. 대부분 신혼부부들이 부모님의 도움 없이 단둘이서 집안일을 처음 하면서 '끝없음과 덧없음'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직장 생활하듯 집안일을 명확하게 나누려고 합니다. 설거지는 내가, 청소는 네가, 화장실은 내가, 거실은 네가, 아침은 각자, 저녁은 알아서.. 공간과 시간처럼 논리적으로 나눠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상이 쳇바퀴 같다고 하지만 삶이 그렇게 반복되던가요. 휴가를 다녀온 직후, 명절 직전, 갑작스러운 주말출근에 감기까지.. 상황은 우리에게 다른 선택을 하라고 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다녀온 후에 씻느라 엉망이 된 욕실 청소는 욕실 청소 담당이 해야 할까요? 아침식사 당번이 자신의 생일 아침상도 차려야 할까요?

 

집안일은 나눠서 '책임'을 부여하기보다는 '함께'하는 겁니다. 어쩌면 매우 비효율적이고 효과적이지도 않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가정은 깨끗한 주방, 정리된 침실보다는 웃음이 있는 저녁, 따뜻한 이불속 같은 '관계'가 만드는 것이니까요. 관계는 프로세스와 통제가 아니라 마음과 경험으로 단단해지니까요.


오늘부터 조금씩 비효율적으로 살아보면 어떨까요?


Small things often.


* 집안에 화분과 화병이 이렇게 많다면.. 정말 즐겁게 관리할 수 있을 텐데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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