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어떤 취향 공유 플랫폼에 주최자로 신청을 했습니다. 주제는 당연히(?)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기 위해 남편은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에 였습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될 거란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소망과 희망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듯이 '보류'(라고 쓰고 거절이라고 읽어야)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답변은 수주에 걸쳐 2차례나 문의 메일을 보낸 후에 얻은 답변이었습니다. 신청 메일을 보낸 후에 기다림은 기대 반 긴장 반이었습니다. 기다림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기대는 긴장으로, 긴장은 걱정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이런 긴장과 걱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그쪽에 물어봐요'라며 쿨한 대답을 했습니다.
'사실상 까였다'는 이야기를 하자 아내는 '괜찮아요. 그 사람들이 좋은 주제를 보는 눈이 없네.'라며 저를 격려해주더군요. 사실 이런 비슷한 경험을 결혼 후에 종종 했습니다. 제가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새로운 도전을 했을 때마다 아내에게 '무섭다.. 어렵다.. 두렵다..'라는 어리광 같은 고백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언제나 '괜찮아, 당신은 잘할 수 있어, 그 사람들이 별로야' 같은 말을 해줬지요.
물론 결혼 초기엔 평소(?)처럼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기도 했습니다. 잠들기 전에 뒤척이는 저에게 아내는 '무슨 고민 있냐'라고 물어보기도 했지요. 그때마다 저는 '별 일 아냐..'라며 아내를 안심(?) 시켰습니다. 다행히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었지만.. 아내는 서운해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여보, 나는 당신 아내야. 당신이 고민이 있으면 그건 내 문제이기도 해. 내가 잘 모르는 문제라도 나한테 이야기해주면 좋겠어'라고 하더군요.
그 후로 모든 일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 일, 부담스러운 일을 아내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소한 불만부터 커리어에 대한 두려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막연함 등.. 아내가 항상 정답을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내는 항상 저를 지지해줬습니다. 놀랍게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지만 두려움만큼은 해소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한 후에는 아내의 관리에 들어가야 함을 감당해야 합니다. 하핫)
부부는 행복의 다리를 건너 happily ever after로 표현되는 동화 같은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의 바다를 작은 배로 함께 건너는 삶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을 고백하며 느끼는 행복 못지않게 삶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한 나에게 자신의 한쪽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행복도 충분히 느껴볼 만한 가치가 있지요. 하지만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기에 결혼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기 어렵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는 건투를 비는 것이 결혼 선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