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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Dec 04. 2020

부부로 산다는 것 - 자기 자신을 알게 되는 것

혹시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영화를 본 적 있으신가요? 1994년에 상영된 한국영화인데요. 간략히 설명하면 영화를 사랑한 두 청년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오늘 글의 내용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을 담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두 사람 병석과 명길은 헐리우드 영화에 푹 빠져서 살았고, 성인이 된 후에는 영화판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몇 가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난 후에 병석(최민수 분)은 명길(독고영재 분)에게 시나리오 한 편을 건네줍니다. 완벽한 구조와 치밀한 대사로 영화는 대흥행을 합니다. 하지만 명길은 뭔가.. 불안함을 느끼죠. 


병석이 만든 시나리오는 수많은 영화의 교묘한 짜깁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명길은 병석을 찾아갑니다. 빼박 캔트 증거를 보여주면서 '왜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거냐, 무슨 속셈으로 날 망친 거냐!'며 화를 내는 병석의 대답은 "난 너를 망치려 한 게 아니야.. 난 너를 속인 게 아니란 말이야. 정말이야. 나도.. 나도 나 자신에게 속은 거야! 모든 게.. 모든 게 내 창작인 줄 알았어! 무슨 말인 줄 알겠니? 나 임병석이가... 헐리우드 키드한테 속은 거다." 


정말 오래전에 딱 한 번 본 영화인데 잊히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나도 나를 속일 수 있구나.. 나도 나에게 속을 수 있구나.. 그러고 나서 가끔, 아주 가끔씩은 '나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 가족들의 기대.. 때문에 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 힘들어하는 일을 할 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 부모가 되고 나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내가 머리카락에 예민한 사람이었구나, 내가 밥을 꼭 한 끼는 먹어야 하는 사람이었구나, 내가 아이를 항상 좋아하는 것은 아니구나, 내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은 아니구나.. 


부부로 살면서 어려운 일은 상대방과의 갈등이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한 나 자신, 특히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아이가 생긴 후로는 더욱 그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되죠. 


하지만 그렇다고 꼭 나쁜 점만 발견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내가 요리를 잘하는구나, 내가 부성애/모성애가 많구나.. 무엇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 나를 엄청 좋아하는 자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를 알게 되고, 나를 사랑하게 되는 것.. 어쩌면 부부로 살면서 얻는 최고의 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hJIRhvT1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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