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아빠가 되는 후배를 위해서 온도/습도계를 구입했습니다. 큰 선물은 서로 부담이고(저만 부담일 수도.. 하하), 깔끔한 디자인의 온/습도계는 취향도 타지 않을뿐더러, 임신 시절부터 아이가 자라는 동안 계속 써야 하는 제품이거든요. 게다가 대부분의 신혼집엔 온/습도계가 없거든요.
결제를 마치고 나니 '부모가 된다는 것은 집안의 온도와 습도를 자주 확인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이 건강의 문제로 온도/습도를 확인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집에 온도가 몇 도인지 습도가 몇 퍼센트인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더우면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고, 추우면 창문을 닫고 보일러를 찾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면 그럴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온도와 습도는 다르고, 아이에게 필요한 온도와 습도를 느낌으로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직접 '숫자'로 봐야 합니다. 지금 아이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온도나 습도는 적절한지.. 계속해서 확인합니다.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아직은 말 못 하는 아이를 위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챙기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본인은 더워도 아이를 위해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없어도 괜찮은 가습기를 굳이 켜놓고 주말마다 필터를 청소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렇게 아이를 하나씩 챙기다 보면 '우리 부모님이 나를 얼마나 챙기셨을까..'생각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