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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Oct 15. 2020

우리 집 꾸미기 #01 - 선반 만들기

많은 소년이 그렇듯 저도 만들기를 좋아했습니다. 한때는 발명가를 꿈꾸며 옥상에서 열기구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수수깡으로 만든 안경에 전구를 붙여서 밤거리를 싸돌아 다니기도 했습니다. 수학과 과학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문과를 선택했지만, 뭔가 만들고 꾸미면서 살아가는 로망은 쉽게 꺼지지 않았습니다.


결혼하면서 전셋집 인테리어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김반장'님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책도 읽어가면서 이런저런 DIY 제품을 구입했고, 요즘에도 페이스북에서 목공 영상만 나오면 끝날 때까지 넋을 잃고 보곤 합니다. 저와 유사한 성향을 지닌 동생은 결혼 후에 책상, 책장 심지어 소파도 직접 만들면서 저에게 동기부여를 해줬지요.


그렇게 오랜 시간 꿈만 꿔오던 Maker로 최근에 데뷔(!)를 했습니다. 최근에 아내가 전동 치간칫솔을 구입하면서 마땅히 놓을 곳도 없고, 전원 케이블이 거울을 지나가는 것이 불편했거든요. 욕실에 전원 케이블이 노출되는 것도 위험해 보였고요.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이 떠올랐고, 4분 쉼표 모양 선반을 변기 위에 올려놓는 상상을 했습니다.


원래는 변기 위에 3칸짜리 서랍을 면도기, 왁스, 로션 등을 놓았습니다.


상판에는 칫솔과 양치컵을 올려놓고, 아래 수납공간에 전원 케이블을 숨겨놓는.. 정말 정말 간단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수도 아닌 사람이 목재를 직접 구입해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아내에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우 간단하고 편리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만들겠다는 약속과 함께 도면을 보여줬습니다. 감사하게도 아내의 대답은 'OK'였습니다.


도면입니다. 정말 간단하죠?


선반이 놓일 공간을 줄자로 측정하고 바로 재료를 구입했습니다. 인터넷 철물점을 검색하면 목재와 부자재(목공 본드, 나무 피스 등)를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는데요. 목재는 특성(색상/속성/두께)에 따라 선택하면 되고, 본인이 원하는 크기(mm단위)로 주문 가능합니다. 다양한 부자재(나사못부터 온갖 공구까지)도 함께 구입할 수 있는데 온갖 아이디어와 뽐뿌가..


구입 품목은 목재, 목공 본드, ㄱ자 꺽쇠, 나무 피스 그리고 물음표 고리였습니다. 욕실임을 고려해서 물기에 강한 자작나무로 선택했고,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상판은 샌딩 작업을 옵션으로 선택했습니다. 물음표 고리는 욕실 청소 도구를 걸어놓으면 좋을 듯해서 함께 구입했습니다. 배송비 포함해서 총비용은 33,500원이었습니다.

 

며칠 후에 도착한 목재는 바로 쓰기엔 표면이 거칠어서 아파트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사포로 살짝 다듬어 주었습니다. 목공 본드로 살짝 고정시킨 후에 ㄱ자 꺽쇠와 나무 피스로 튼튼하게 결합했습니다. ㄱ자 꺽쇠 한 개에 나무 피스가 2개 필요한 것을 깜빡하고 1개씩 구입해서 피스가 부족할 뻔했습니다. 다행히 여유 있게 구입해서 당일 완성을 할 수 있었지요.


상판은 부딪히면 다칠까 봐 모서리를 샌딩 처리했고,
ㄱ자 꺽쇠와 나무 피스만 있으면 드라이버로 고정 ok
물음표 고리로 욕실 청소도구를 걸어두고, 평판으로 콘센트를 살짝 가렸습니다.


다행히 자작나무로 만든 선반은 욕실 타일과 잘 어울렸고, 아내도 기능과 모양을 만족해 했습니다. 저는 너무 뿌듯해서 하루에 몇 번씩 욕실 문을 열고 바라보았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그렇게 좋아?"라며 웃더군요. 나름 데뷔는 잘 치렀으니 다음엔 작은 선반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물론 아내와 상의하고 허락을 받아야겠지요?


Small things of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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