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임계장 이야기>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천을 받아서 구입한 책인데, 지난여름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자극적이었습니다. 특히 지난여름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로 비극적 선택을 한 경비원의 소식을 들은 후에 읽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결혼 후에 처음으로 아파트에 살았고, 부모님과 가까운 친척 대부분이 자영업을 하셨기 때문에 정년퇴직과 노인 취업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회사에서 청소하시는 여사님을 뵌 게 처음이었을 겁니다. 고 노회찬 의원이 말했던 6411번 버스를 타는 분들이셨지요. 아침 출근길에 잠깐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습니다. 그만큼 장년/노령층 노동환경에 대해서 무지했습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줄임말이 2개 있습니다. 바로 임계장과 고다자입니다. 임계장은 임 씨 성을 가진 계장(직급)이 아니라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고, 고다자는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말입니다. 2개의 단어만으로도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무직/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제게는 불편하면서도 송구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고 오래된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장년층 근로자를 직간접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은 후에 제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닙니다. 다만 출/퇴근길에 만나는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조금 더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것, 분리수거를 조금 더 철저하게 하는 것 정도입니다.
근로기준법상 계약직 근로자를 2년 이상 근로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자동전환이 됩니다. 여기에 몇 가지 예외 조항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고령자(만 55세 이상)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계약직으로 고용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2년 후에 토바 해야 하는데 좋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고용의 불안을 느끼고 처우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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