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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Oct 23. 2020

나의 책 읽기 - 임계장 이야기

자기 계발서, 경제경영서에 치중한 독서를 10년 넘게 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인테리어, 육아를 준비하면서 부모/양육 서적을 구입했습니다. 최근에 꽂힌 주제는 차별입니다. 제가 간단하게 리뷰했던 책들을 보신 분들은 느끼셨을 겁니다. 외국인, 여성, 장애인.. 그리고 오늘은 '노인 근로자'에 관련한 책입니다.


바로 <임계장 이야기>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천을 받아서 구입한 책인데, 지난여름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자극적이었습니다. 특히 지난여름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로 비극적 선택을 한 경비원의 소식을 들은 후에 읽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744672


결혼 후에 처음으로 아파트에 살았고, 부모님과 가까운 친척 대부분이 자영업을 하셨기 때문에 정년퇴직과 노인 취업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회사에서 청소하시는 여사님을 뵌 게 처음이었을 겁니다. 고 노회찬 의원이 말했던 6411번 버스를 타는 분들이셨지요. 아침 출근길에 잠깐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습니다. 그만큼 장년/노령층 노동환경에 대해서 무지했습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줄임말이 2개 있습니다. 바로 임계장과 고다자입니다. 임계장은 임 씨 성을 가진 계장(직급)이 아니라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고, 고다자는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말입니다. 2개의 단어만으로도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무직/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제게는 불편하면서도 송구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고 오래된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장년층 근로자를 직간접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은 후에 제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닙니다. 다만 출/퇴근길에 만나는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조금 더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것, 분리수거를 조금 더 철저하게 하는 것 정도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임계장이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평균수명은 늘어감에 따라서 정년퇴직의 연령을 법적으로 늘리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 역시 회사를 떠나야 할 날이 오기에 세상이 조금은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이기심과 두려움이 섞인 바람을 가져 봅니다. 


근로기준법상 계약직 근로자를 2년 이상 근로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자동전환이 됩니다. 여기에 몇 가지 예외 조항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고령자(만 55세 이상)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계약직으로 고용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2년 후에 토바 해야 하는데 좋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고용의 불안을 느끼고 처우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혹시 이 책과 유사한 분야/주제의 책에 관심이 있는 분은 김민섭 작가의 <대리 사회>도 추천드립니다. 젊은 작가가 직접 대리운전 세계를 경험하면서 쓴 책인데 장년층 근로자의 삶과는 또 다른 의미와 관점을 얻게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33307828?OzSrank=1


Small things of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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