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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Nov 18. 2020

부부 동상이몽 : 칭찬이란 무엇인가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 저는 '인정 욕구'가 꽤 강합니다. 그래서 칭찬받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칭찬은 '최고의 보약'이지요. 그래서 저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잘하는 편입니다.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은 칭찬을 좋아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결혼 후에 아내에게 꾸준히 요청한 것 중 하나가 '칭찬'이었습니다. 아내가 애교가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라(그래서 좋았던 것도 있지만..) 요리나 청소 같은 집안일을 할 때, 기념일을 챙기고 선물을 줄 때면 아내 앞으로 가서 강아지 마냥 칭찬을 기다리곤 합니다.


한 번은 아내가 '집안일은 매일 해야 하는 것인데, 왜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냐?'라고 물어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월급 받을 때 칭찬해달라고는 하지 않았잖아. 당신이 칭찬한다고 회사일을 더 잘하진 않아. 그런데 집안일은 당신이 칭찬하면 더 잘하고 싶단 말이야.'라고 했고 아내는 그 후로 '바닥이 깨끗하다', '볶음밥이 맛있다'며 칭찬을 해줬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무언가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아내의 칭찬을 받아도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처음엔 '익숙함 때문에 그런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에게 칭찬을 받을수록 '아쉬움'은 조금씩 선명해지면서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바로 '부족함'이었습니다.


나 : 여보, 칭찬을 받았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아내 : 응? 내가 칭찬을 안 했나? 아닌데.. 왜 그렇지?

나 : 당신의 칭찬이 나에겐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것 같아.

아내 : 무슨 소리야.. 나는 당신이 요리하면 '맛있다', 청소하면 '깨끗하다'라고 항상 하는 걸?

나 : 그런데 당신이 "볶음밥이 맛있어"라고 하면, 나는 '칭찬'이라고 느끼기보다는

      '맛에 대한 평가'로 들려.  '맛있다'는 볶음밥에 대한 당신의 평가말야.

아내 : 나는 그게 칭찬이라고 생각해서 말한 건데?

나 : 맞아. 당신에겐 그게 칭찬일 수 있어.

       그런데 '맛있다'는 말은 '당신과 볶음밥'과의 관계잖아. 거기엔 내가 없어.

아내 :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럼 어떻게 말하면 당신이 칭찬으로 느낄까?

나 : 음.. '맛있는 요리 해줘서 고마워'처럼 내가 포함된 표현으로 칭찬 해주면 좋겠어.

아내 : 알았어. 이제는 그렇게 말해줄게.

나 : 고마워.


그 후로 아내는 '당신이 열심히 청소해서 집이 깨끗해졌네'같은 칭찬을 해주고 있습니다. 약간은 영어회화(?) 느낌이지만 제 기분은 훨씬 좋더군요. 마음의 불편함을 깨닫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들었지만 바라는 바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양쪽이 원만한 합의를 만든 경험은 정말 소중했습니다. 뭐랄까.. 대화의 수준이 올라간 느낌이랄까요.


예전에 '사람들은 서로 대화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혼잣말을 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라는 단어를 이야기해도 누군가는 따뜻한 느낌을 받지만, 누군가는 아픈 느낌을 받기 때문에 같은 단어라고 하기 어렵다는 의미였지요. 여러분 사이에 '칭찬'은 혹시 어떤 단어인가요, 어떤 행동인가요.. 한번 찾아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Small things often.


* "당신이 고기랑 소시지를 잘 구웠네. 참 맛있다."라고 칭찬을 받은 바비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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