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혼부부의 갈등 장면이 나왔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왜 책상 위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냐?'라고 물어보자 남편은 아내에게 '왜 다 쓴 휴지심을 버리지 않냐?'라고 물어보는 것으로 응수를 하더군요. 그 장면을 보면서 속으로.. '에휴.. 왜 저러냐.. 저러면 문제가 해결 안 되지.. '하다가 문득 다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주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도 비슷한 경험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제 상황도 예능 프로그램과 거의 똑같습니다. 아내가 A라는 주제를 말하면 저는 조금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B라는 불만을 말합니다. 아내가 다시 A에 대해서 말하면 저는 다시 B에 대해서, 가끔은 C에 대해서 이야길 했지요. 마치 위험에 노출된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스컹크가 방귀를 뀌듯 매우 자연스럽게(?) 말이죠.
불리한 상황에서 다른 문제를 들고 나오는 소위 '맞불 작전'이 사회생활에서는 가끔 좋은 전략이 됩니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부부 사이에 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요.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아쉬운 경험만 추가할 뿐입니다.
제가 배운 (그렇지만 잘 적용하진 못한) 한 가지 방법은 '제한적으로 빠르게 인정'하는 겁니다. 만약에 아내가 "쓰레기는 쓰레기 통에 버려줄래?"라고 말하면 "미안, 내가 오늘 쓰레기 버리는 걸 깜빡했네."라고 하는 거죠. 아내가 "이번 달 카드값이 너무 많다"라고 말하면 "이번 달은 좀 많았네. 미안.."이라고 하는 겁니다.
물론 '미안'이라고 먼저 말하는 순간 이 전쟁에서 '패배'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말하는 내용이 거짓이 아닌 한 전쟁을 해봐야 승리도 어려울뿐더러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불이든 갈등이든 초기에 진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둬야 상처와 재만 늘어날 뿐입니다.
Small things often.
ps. 배우자의 아쉬움이 합리적이며 지속적이고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아니라면 고치는 것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