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을 아이에게 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는 '시부모님께 안부 전화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 없어서.. 스스로 대견(?)해 했지만 효도의 외주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저 역시 비슷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은 제 생일이라 조금 일찍 퇴근해서 아이와 이런저런 놀이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 병원놀이하고 나서 아빠는 할아버지한테 영상통화할 거야. 은서는 말 안 해도 돼요. 아빠가 통화할 때 옆에 있고 싶으면 있고 방에 있고 싶으면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저녁식사를 하시다가 받은 영상 통화에 '손녀'가 아니라 '중년 남성'이 나와서 조금 놀라셨습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였겠지요. 그리고 어머니께 "엄마, 저 낳아주셔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아.. 그리고 아버지 바꿔주세요. 아빠, 저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합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부모님도 제게 '사랑한다. 축하한다'라고 말씀을 해주셨지요.
딸아이는 제 옆에 있다가 참지를 못하고 '와!!!' 하는 괴성을 시작으로 알 수 없는 말을 한참 하더니 "아빠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녀석이 스스로 즐겁게 참여한 몇 안 되는 영상통화였습니다. 이제 딸아이가 함께 해야 이해하고, 따라 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육아가 점점 어려워지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