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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Dec 25. 2020

부부회화: '해줄래?'보다는 '해줄까?'가 어떨까요?

휴일 아침.. 오랜만에(!) 아내와 딸보다 일찍 일어나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 아내가 일어나 소파 옆에 앉았습니다. 배가 살짝 고파서 '뭐 좀 먹을까.. 밥은 좀 그렇고.. 토스트 괜찮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소파에 묻은 몸은 움직이기가 싫더군요.


같이 TV를 보는 아내에게 '토스트 해줄래?'라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시리얼 한 그릇 말아먹고 출근하는 남편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어 하는 아내의 마음을 생각해서(응?) 말이죠. 하핫.. 입술을 떼기 직전에 마음 한편에서 "잠깐!" 하는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잠깐 생각을 하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아내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토스트 해줄까?"라고요.


우리들은 태어나면서 결혼하기 전까지 수십 년간 어머니, 아버지에게 '해달라'는 말을 해온 사람들입니다. 무언가 필요하고, 무언가 갖고 싶다면 매우 자연스럽게 해온 '모국어'인 셈이죠. 그래서 결혼 후에도 '모국어'를 쓰는 게 자연스럽(?) 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자에게는 모국어가 아니라 '부부회화'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내가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배우자에게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더욱 '부부회화'가 더욱 필요합니다. 내가 불편하면 아내도 불편하고, 내가 필요하면 아내도 필요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러니 아내가 나에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마음을 표현하면 좋을 듯합니다.


물론 빨래,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공동의 집안일은 '해야 하는 것'이지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틀렸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되기까지는 상당한 갈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해줄까?'는 바로 이런 과정의 첫걸음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Small things often.


다행히(?) 아내는 '당신 혼자 먹어요. 난 나중에 먹을게요.'라고 해서.. 혼자 상을 차렸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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