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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Jan 02. 2020

기념일에 관하여 : 새해 첫날 받은 인상 깊은 카톡

어제는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자정 무렵에는 잠깐 인터넷이 늦어질 정도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많은 분들이 일출부터 수까지 다양한 '새해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사실 새해 첫날이라고 해가 파랗게 뜨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에서 뜨지도 않습니다. 시간이 좀 더 느리게 가거나, 날씨가 바뀌지도 않지요.


2000년 전에 만들어진 기준인데, 여느 겨울날과 다를 바 없는 날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1월 1일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그렇게 1년에 한 번 안부를 주고받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설날과 명절에만 문자로 안부를 전하는 것은 무언가 아쉬움도 남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쉬는데 동료에게 카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새해맞이 책상 정리를 하다가 근로계약서를 발견했다면서 입사할 때 따뜻하게 맞아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받은 메시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메시지였습니다. 복붙을 할 수 없는, 그분과 저 사이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내용이었으니까요.


처음 만난 날, 사귀기로 한 날, 프러포즈 한 날, 결혼한 날, 결혼 한지 100일 단위 기념일 등 저희 부부가 챙기는 기념일은 꽤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밸런타인데이, 성탄절, 새해 첫날에 '무얼 하냐'라고 물어보는 지인들이 종종 있습니다. 심심하게도 오히려 두 사람의 기념일이 아니면 무심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인들의 기념일은 교통도 복잡하고, 음식값은 비싸고, 대기시간도 많아서 'only one'이 아닌 'one of them'이 되는 듯합니다.


세상이 만든 기념일보다는 부부를 만들어준 기념일을 많이 만들고 지키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보기에는 '(처음 만난 날) 그런 거 누가 챙기고 사냐?' 할 수도 있고, 누군가 보기에는 '(성탄절) 그런 것도 안 챙기고 뭐하고 사냐?'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라는 관계에서는, 가족이라는 맥락 안에서는 1월 1일보다 결혼한 지 2,182일째 되는 날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올해도 남편들의 건승을 빕니다.


Small things often.


* 지난해, 처음 만난 날을 기념하며 처음 만난 장소에서 온 가족이 모여.. (feat. 백화점 꽃집은 가격이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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