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타 부서에 있는 선배와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서로의 근황을 묻던 중 둘째 아들이 내년엔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하더군요. 이미 첫 째도 미국에 가 있다면서 '우리는 오랜만에 둘이서 신혼처럼 살게 생겼어'라며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지난 20년간 두 부부가 아이 없이 지낸 적도, 아이 외에 다른 이야기도 별로 해본 적이 없다는 선배를 보고서 이해도 되고, 저도 비슷하게 될 것 같아 걱정도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중장년 부부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혼 초기를 지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이는 부모의 삶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게 되고, 결국 부부보다는 부모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것이 나쁜 것도 옳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20여 년 후엔 다시 부부만 남게 되고 둘이서 30년간 살아야 하는데.. 준비와 경험 없이 맞이하게 되면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평소에 부부가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해도 자세히 살펴보면 대화 속에 부부는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내도 저에게 '우리 이야기가 없다'는 말을 했었지요.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아이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일주일간 부부가 서로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 한 횟수와 그 주제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부부만의 주제로 대화를 하는지'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방법이고,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2. 부부만의 공통된 관심사를 만들어 봅니다.
평소에 부부만의 대화가 많지 않았다면 '공통 관심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주제를 공부(책 읽기부터 팟캐스트 청취 등)를 하거나, 함께 할 수 있는 그리고 취미를 만드는 겁니다. 자신은 성장하고, 배우자와 추억도 쌓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온 추억은 계속 우려내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요. 종교활동도 부부간 대화를 만드는데 좋은 방법입니다. 끝없는 학습과 자기반성 그리고 성장의 기회를 종교에선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공부나 취미활동 그리고 종교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배우자에게 서로의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을 때가 있고,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집안일을 이야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럴 때는 어떤 주제든 대화 말미에 '그럴 때 당신 기분은 어때?'라고 물어보는 겁니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아.. 재밌다'로 끝내는 게 아니라 '당신이라면 어떨 거 같아?, 당신은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보면 서로의 생각이나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면 '아.. 당신은 그럴 때 기분이 어땠어?'라고 물어봐도 좋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고, 다양한 경험을 겪게 되면서 계속 변합니다. 배우자를 특정 시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다면 시간이 지나 서로를 크게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평소에 서로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 경험에서 든 생각이나 감정을 나누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결국 자녀는 부모를 떠날 것이고 부모는 다시 부부로 살아야 합니다. 100세 시대를 가정하여 40살에 아이를 낳아 30년간 자녀를 키웠다면 남은 30년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건승을 빕니다.
Small things of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