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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Dec 24. 2019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들은 후배 G에게

우선 축하합니다. 신이 인간을 볼 때 가장 어리석게 보는 것 중 하나가 '가족계획'이라고 하던데.. 그 어려운 걸 해내는군요. 내년 여름에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사실 아빠에겐 크게 와 닿는 부분이 많지 않을 겁니다. 반면 아내분은 이미 많은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느끼고 있을 겁니다. 충분히 잘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노파심에 몇 가지 말씀을 올립니다.


1. 아내를 무조건 이해하세요. 아내도 아내가 왜 그러는지 모를 겁니다.

당분간 엄마는 새로운 변화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겁니다. 그렇지만 엄마는 조금씩 아이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익숙해질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쉬운 것은 아닙니다. 임신 초기는 일상이 흔들리는 일 들의 연속입니다. 평소처럼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고, 평소에 타던 지하철에서 서있기가 어렵고, 평소에 잘 먹던 음식이 거북하고, 평소에 눈에 띄지 않던 것이 무섭게 보이기도 합니다. 가끔씩 못 먹던 것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시도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취향 발견은 쉽지 않습니다. 모든 문제는 '아이'때문이지만 10주 차 엄마는 3cm 크기의 아이에게 '너 때문이야'라고 하기는 힘들지요. 그러니 눈에 보이는 남편에게 힘듦을 토로할 수 있게, 그래서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위로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2. 항상 아내가 먼저 이길 바랍니다. 특히 장모님과 장인어른 앞에서 말이죠.

아이를 챙기는 것이 아내를 챙기는 것이고 아내를 챙기는 것이 아이를 챙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있어야 합니다. 아내가 먼저여야 합니다. 집에 와서 처음 인사하는 사람이 아내가 아니라 뱃속의 아이라면 곤란합니다. 집에 와서 처음 묻는 질문이 아내가 어떤지가 아니라 아이가 어떤지라면 곤란합니다. 무엇보다 장인 장모님과 함께 있을 때는 더욱 아내를 먼저 챙기길 바랍니다. '지 새끼 챙기느라 내 새끼 안 챙기는구나' 하시지 않도록 말이지요. 초음파 사진이나 영상을 카톡으로 보내드릴 때에도 아내가 요즘 어떤지, 무얼 힘들어하는지, 어떤 걸 해주면 좋을지.. 말씀드리고 여쭤보는 게 좋습니다.


3. 생각보다 9개월은 긴 시간입니다. 아프지 않도록 잘 지켜주세요.

아내분 께서 좋아하는 따뜻한 커피, 화끈한 마라탕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잔 등 앞으로 최소한 9개월 참아야 할 음식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몇 년 간 매주 다닌 수영도 어렵고, 최근에 재미를 붙인 등산도 어려울 겁니다. 참는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치통이 있어도 병원을 가기 어렵고, 흔한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을 수 없을 겁니다. 제 아내는 임신 초기에 맹장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에 진통제 없이 견뎌야 했습니다. 아플 때 약 먹고 푹 쉬면 낫는 삶, 힘들면 화끈하게 먹고 마시며 스트레스 푸는 삶, 격렬하게 운동하면서 땀을 흘리는 삶.. 그걸 못하는 겁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곁에서 잘 지켜 주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줍지 않게 '시간 지나면 익숙해진다더라', '누나 보니까 괜찮다고 하던데..', '다들 그렇게 아이를 낳고 산다'는 식으로 아내의 어려움을 '누구나 겪는 일, 모두들 견디는 일'로 평가하지 마세요. 지금 같은 임신 초기엔 더욱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


Small things often.


 

* 딸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매일 밤 읽어준 성경동화, 책을 읽고 튼살크림을 발랐던 날들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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