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글을 술술 읽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읽어가는 딸아이를 보면서,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우면서 아쉬운 일입니다. 걷는게 신기할 정도로 토실토실한 발바닥을 만지고, 항상 단내가 나는 신기한 손을 잡아보고, 항상 빨간 볼을 비비는 것은 부모의 큰 특권이지요. 하지만 그런 아이도 조금씩 커갑니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래야 하는 일이지만 '천천히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특히나 24시간 함께 하는 엄마에게 아이의 성장은 꽤나 큰 변화입니다. '아아.. 어~에.. 우웅!!'같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어도 엄마는 성조와 장단음 그리고 눈빛으로 '배고프구나?', '맛있어~', '응가했어?'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아이의 유일한 통역사이자 친구인 셈이지요. 하지만 옹알이하던 아이가 어느새 '그거 말고. 이거'라면서 똑 부러진 말투로 엄마에게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는 순간부터, 양말까지 신겨줘어야 외출을 할 수 있던 아이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외투까지 척척 입게 됩니다. 부모가 해주던 일, 해주어야 했던 일을 스스로 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겁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부모가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떠난다는 것도 말이지요. 그렇다면 부부는 어떤 관계인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자녀는 언젠가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떠나보내야 하지만 부부는 언제나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엄마가 '부모'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한다면 남편은 '부부'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내가 부모에서 부부로 관점을 돌리게 될 때 '남편의 존재'를 느끼게 될 겁니다.
아내가 아이에게만 집중해서 서운한 남편이 있으시다면 인생이라는 게임을 조금 긴 안목으로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머지않아 아내는 아이를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고 보낼 날이 올 겁니다. 그때 항상 자신을 지켜주고 도와주고 아껴준 남편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 결혼 참 잘했다'라고 할 겁니다.
Small things often.
* 수영장 물도 무서워하던 꼬마 아이였지만, 머지않아 자신만의 바다를 만나 멋지게 헤엄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