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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Dec 27. 2019

지혜에 관하여 : 불행을 피하고, 타인의 질투를 만드는

나이를 먹으면서 지식이 많은 사람도 되고 싶지만, 지혜롭게 사는 사람이 더 되고 싶습니다. 지식은 노력하면 되는데(물론 쉽지 않지만), 지혜는 노력해서 얻을 수 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더군요. 어린 시절부터 결혼에 대해 (나름) 진지한 고민을 하면서, 장래희망을 '지혜로운 남편이자 아버지'로 생각해왔습니다. 그 고민이 얼마나 오래된 고민이냐면.. 2001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가 만든 닉네임이 '현부 양부'였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좋은 어머니와 아내(옛날 기준으로)는 현모양처라는 이름으로, 신사임당과 맹자 어머니 등 다양한 사례로 전해졌지만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의 표본은 역사적으로나 주변에서 많이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좋은 남편으로 산다는 것은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이 우선이겠다 싶었고, 커뮤니케이션이나 인간관계 부분에 대해 책도 읽고 여러 곳에서 배우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그 배움은 진행 중입니다.

 

서른을 훌쩍 넘긴 어느 날 제 마음에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기준점을 제시한 명제들을 하나둘씩 만났습니다. 오늘은 그중 3가지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지혜로운 자의 목표는 행복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피하는 것이다."
 - by 아리스토텔레스


어떤 업무를 배울 때 '해야 할 일' 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는 '이것, 저것은 하라. 그 외에는 하지 말아라'는 방식으로 사회 통념(특히 법률)이 만들어진 편이라서 약간 생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행동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에는 '해아 할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입니다. 대표적으로 Google의 슬로건인 'Don't be evil(사악해지지 말자)'은 이런 원칙을 잘 보여줍니다. 즉, 아내가 좋아하는 것(행복)을 하려는 노력보다는 아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불행)을 피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by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으로, 아마도 세계문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일 겁니다. Google에서도 자동완성이 될 정도니까요. 불행을 피하기만 해서는 행복하기는 어렵습니다. 철벽방어를 하는 골키퍼가 있어도 골을 넣지 못하면 승리가 아니라 무승부만 될 뿐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뭔가 특별한 일을 필요로 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연애시절의 마음을 성실하게 유지하고 표현하는 것,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나 자신의 연약함을 고백하는 것, 상대방의 실수를 용서하는 것... 어쩌면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그만큼 가까이에 있는 거 아닐까요?


"어리석은 남자는 자신의 여자가 다른 여자들을 질투하게 만들고, 현명한 남자는 다른 여자들이 자신의 여자를 질투하게 만든다."
 - by 미셸 꼴뤼슈(프랑스 배우)


내가 잘해주는 것이 10점만큼의 기쁨이라면 주변의 부러움과 질투는 추가 득점입니다. 꽃이나 편지 같은 소소한 선물은 아내의 인스타그램을 채울만한 아이템이 되고, 주변 사람들의 좋아요와 댓글은 아내를 더욱 행복하게 만듭니다. 본인의 노력으로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근로자'라면, 주변 사람들을 활용해서 아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자본가'로 살아가는 법 아닐까요. 물론 주변에서 받는 질타는.. 어쩔 수가 없겠지요.   


매년 연말에는 이 문구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스스로를 평가하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내년엔 올해보다 조금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고 싶다고 말이지요. 세상의 모든 남편과 아버지들의 건투를 빕니다.


Small things often.


* 지난해 아내 생일을 맞이해서 만든 '햇박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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