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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Dec 25. 2019

당연한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어제 오후에 아내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본인의 체온이 갑자기 39도를 넘겨서 병원에 다녀왔다고 말이죠. 결국 저녁에 다시 병원에 갔고, 검사 결과 A형 독감 판정을 받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내는 거실에서 잠을 자고, 아이는 저랑 잠을 잤습니다. 아내가 아프니까 아이를 챙기는 일, 재우는 일에 제가 더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평소엔 곁에서 도와줬는데 직접 하려니 쉽지 않더군요. 


아이는 자정 가까이 엄마를 찾았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아프냐, 병원에선 무슨 일이 있었냐, 무섭다, 본인을 혼자 두지 말아라, 아침에 눈 뜨면 아빠가 본인 곁에 있어야 한다 등 잠투정인지 걱정인지 모를 울음과 짜증 그리고 불안을 보였습니다. 


새벽 2시 즈음 문득 눈을 떠보니 제가 먼저 잠이 들었더군요. 아이도 제가 잠이 들어서 그랬는지 곁에서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잠을 좀 험히 자는 아이라 이불을 덮어주고, 이마와 목덜미에 땀을 닦아주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 5시 즈음 또 눈이 떠졌습니다. 침대 아래쪽에서 자는 아이를 옮겨 놓고, 이불을 덮고, 땀을 닦았습니다. 아침 7시 즈음 눈을 떴습니다. 아침 9시에도... 10시 가까이 되어서 눈을 떴고, 아이에게 '아빠가 약속 지켰네. 맞지?'라고 이야기했더니 아이는 씩 웃었습니다. 


평소에는 아내가 아이와 함께 자고 있어서 전혀 몰랐던 일들을 직접 해보니.. 왜 아내가 항상 피곤한지 더욱 절실히 느꼈습니다. 제가 숙면을 취하고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내의 희생과 도움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종종 '당연한 것은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소중한 것인데 매일 겪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나름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한다고 스스로 평가했는데, 여전히 부족함이 많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깨달았습니다. 


Small things often.


ps. 제 아내의 회복을 위해 1초만이라도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딸아이가 콧구멍에 콩을 넣어서 응급실에 갔던 날.. 그곳에서 구슬을 넣은 아이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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