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아내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본인의 체온이 갑자기 39도를 넘겨서 병원에 다녀왔다고 말이죠. 결국 저녁에 다시 병원에 갔고, 검사 결과 A형 독감 판정을 받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내는 거실에서 잠을 자고, 아이는 저랑 잠을 잤습니다. 아내가 아프니까 아이를 챙기는 일, 재우는 일에 제가 더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평소엔 곁에서 도와줬는데 직접 하려니 쉽지 않더군요.
아이는 자정 가까이 엄마를 찾았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아프냐, 병원에선 무슨 일이 있었냐, 무섭다, 본인을 혼자 두지 말아라, 아침에 눈 뜨면 아빠가 본인 곁에 있어야 한다 등 잠투정인지 걱정인지 모를 울음과 짜증 그리고 불안을 보였습니다.
새벽 2시 즈음 문득 눈을 떠보니 제가 먼저 잠이 들었더군요. 아이도 제가 잠이 들어서 그랬는지 곁에서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잠을 좀 험히 자는 아이라 이불을 덮어주고, 이마와 목덜미에 땀을 닦아주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 5시 즈음 또 눈이 떠졌습니다. 침대 아래쪽에서 자는 아이를 옮겨 놓고, 이불을 덮고, 땀을 닦았습니다. 아침 7시 즈음 눈을 떴습니다. 아침 9시에도... 10시 가까이 되어서 눈을 떴고, 아이에게 '아빠가 약속 지켰네. 맞지?'라고 이야기했더니 아이는 씩 웃었습니다.
평소에는 아내가 아이와 함께 자고 있어서 전혀 몰랐던 일들을 직접 해보니.. 왜 아내가 항상 피곤한지 더욱 절실히 느꼈습니다. 제가 숙면을 취하고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내의 희생과 도움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종종 '당연한 것은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소중한 것인데 매일 겪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나름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한다고 스스로 평가했는데, 여전히 부족함이 많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깨달았습니다.
Small things often.
ps. 제 아내의 회복을 위해 1초만이라도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딸아이가 콧구멍에 콩을 넣어서 응급실에 갔던 날.. 그곳에서 구슬을 넣은 아이를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