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Sung by Louis Amstrong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푸른 나무도 보고 빨간 장미도 봅니다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당신과 나를 위한 꽃이 피는 걸 보네요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고 혼자 생각하죠, 참 멋진 세상이로다
이 곡은 전주만 들어도 풍성한 황금빛 기포와 하얀 거품 가득한 맥주 광고가 생각나면서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멋진 남자배우가 맥주를 병째로 마시고 입을 쓰윽 닦고 나서는, 세상 황홀한 미소를 짓는다.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편의점 맥주를 싹 쓸어 담아 오고 싶은 생각이, 못해도 3초는 든다. 3초를 버텨내면 화면 속 세상을 극복한 것이고, 3초 안에 무너지면 인생이 그다지 원더풀 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어쨌거나 맥주 한 모금으로 세상 시름 잠깐 잊을 수도 있고, 온갖 인공적인 것들로 빼곡한 환경에서 조금쯤은 숨통 트일 수도 있다.
덧대어 이 곡이 맥주를 연상케 하는 데는 루이 암스트롱의 저 세상 텐션으로 이끄는 목소리 매력이 한몫하는 것도 사실이다. 걸쭉하다 못해 뭐라도 긁어대는 투박한 목소리지만, 따뜻하게 감싸주는 온기가 있어 그냥 계속 듣고 싶게 한다. 빠른 템포의 다른 노래도 이런 목소리로 부르는지 너무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었다. 그랬다.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를 들으면, 희한하게도, 자잘하고 사소한 마음의 생채기에 마데카솔을 발라주는 것 같다. 연고의 효과를 위해 편안한 카우치에 잠깐 누워 푸른 나무와 예쁜 꽃을 보고 있는 기분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I see skies of blue and clouds of white/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봅니다
The bright blessed day the dark sacred night/ 축복받은 환한 낮과 어둡고 신성한 밤도 봅니다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고 혼자 생각하죠, 참 멋진 세상이로다
자연물은 아무 생각 없이 보고만 있어도, 세파에 찌든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하얀 구름 둥실 떠가는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잡념 번뇌 시름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그저 하늘만 보았을 뿐인데도, 무심히 떠가는 구름에 근심거리가 다 실려간 것 같다. 그렇게 조금 더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물아일체의 황홀감에 잠기게 된다.
햇빛과 달빛, 낮과 밤, 빛과 어둠, 따뜻함과 차가움, 미소와 눈물, 기쁨과 슬픔, 감성과 이성, 이 모든 반대되는 속성은 감정을 채색하는 풍성한 선물이다. 자연이 주는 혜택은 선택의 번거로움 없이, 감정의 풍요로움을 오롯하게 채워주니 종합 선물 세트가 아니고 무엇이랴.
이 곡은 <굿모닝 베트남>이라는 영화의 OST로 사용되면서 더욱 인기를 얻게 되었다. 전쟁터의 참혹함은 살아있는 지옥과 다름없을지라도, 무너질세라 희망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의 처절한 상황을 반어적으로 보여주었다.
The colors of the rainbow so pretty in the sky/ 하늘에 있는 무지개 색깔은 너무 예뻐요
Are also on the faces of people going by/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 또한 예쁘죠
I see friends shaking hands saying how do you do/ 친구들이 “잘 지내니”라며 악수하는 것을 봅니다
They're really saying I love you/ 그건 “사랑해”라고 말하는 거랍니다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자연의 절경은 아찔한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짧은 동안이나마 아름다운 풍광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충전했다고 느낄 정도로 자연은 힘이 세다. 하지만 자연이 빚어낸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사람이 아닐까. 황홀한 무지개 색깔이 무색하리만큼 사람이야말로 자연의 가치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우주의 선물이다.
이 노래가 오랜 세월을 거쳐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데는 이 부분이 중심축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연물과 자연 현상이 아릅답다한들, 그곳에 사람이 빠지면 진정으로 멋진 세상 입네 말할 수 있을까.
친구들이 악수하며 가볍게 인사하는 것은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저 소소한 일상에 지나지 않는 상투적인 인사말도, 실은 아름다운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울려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일상은 가장 멋지고도 숭고한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I hear babies crying I watch them grow/ 아기 우는 소리도 듣고, 애기들 커가는 모습도 봅니다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 아이들은 내가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깨우칠 거예요
And yes,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고 혼자 생각하죠, 정말 멋진 세상이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인구 절벽은 절박할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좁은 땅덩어리에 어린아이들로 넘쳐났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많은 동급생 친구들이 어떻게 서로의 이름을 외웠는지 모르겠다. 그저 부대끼면서, 아는 듯 모르는 듯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떼지어 놀면서 짝이 안맞아도 내치지 않고, '깍두기'로 이곳저곳 낄 수 있었다.
어린아이는 미래를 품고 있는 씨앗이다. 하지만 씨앗 품귀 현상으로 인해, 아이들을 지켜볼 기회가 주어지면, 애써 오래오래 관찰하게 된다. 뛰다가 넘어졌다고, 아이스크림 못 먹게 한다고, 모서리에 팔이 부딪혔다고, 괜히 장난감한테 화풀이 하며, 갖가지 사소한 이유로 아이들은 일단 울고 본다.
서러움 폭발하여 꺼이꺼이 우는 아이를 보노라면 너무 귀여워서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간다. 그러다 웃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아이는 갑자기 세 배는 더 크게 울어재끼고, 나는 똥구르르 눈물방울까지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아이들은 울고 웃으며 자라난다. 잠깐 머물다 가는 무대를 깨끗하게 잘 쓰고 가는 것이 어른의 도리이리라. 아이들이 커서 무대를 내려올 때도 그러할 것이다.
하늘의 무지개를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하지만, 이 세상은 사람 무지개로 더욱 찬란하다. 친구들한테 벙개라도 쳐서, 풍성한 황금빛 맥주 거품 띄워놓고 인생의 물거품 같은 헛헛한 얘기 풀어놓는 것도 충분히 큰 즐거움이다. What a wonderful world의 똑 떨어지는 라임만큼 멋진 사람 가득한 세상 구경 또한, 찐 인생일지니.
이미지: Gem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