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Can I Tell Her, 연인버리기 작당모의

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2

by 늘 쪽빛바다

Sung by Lobo


She knows when I'm lonesome/ 그녀는 내가 언제 외로워하는지 알아

She cries when I'm sad/ 내가 슬플 때면 울어주고

She's up in the good times/ 좋은 일엔 기뻐하고

She's down in the bad/ 나쁜 일엔 울적해하지

Whenever I am discouraged/ 내가 낙담할 때마다

She knows just what to do/ 그녀는 당장 뭘 해야 할지 알아

But girl, she doesn't know about you/ 하지만 그녀는 당신에 대해선 몰라



이 곡은 우유부단한 데다 문제 해결 능력은 지지리도 없으면서, 여자 꼬시는 능력만은 출중한 남성 화자의 한숨을 담고 있다. 화자는 새 연인과 꽁냥꽁냥 하면서, 기존의 연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연인을 만나면서, 한 사람은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은 양다리 세다리 보다 낫긴 하다. 한편, 새로운 연인은 화자에게 엄연히 사귀는 연인이 있음을 알고도 만나고 있다. 이런 여자는, 검증된 사람에게 더 매력을 낀다는 심리적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생쥐를 상대로 실험한 결과가 있다. 암컷에게 혼자 있는 수컷과, 다른 암컷과 함께 있는 수컷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를 관찰했더니, 암컷은 다른 암컷과 함께 있는 수컷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생쥐의 실험을 인간의 심리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분명 과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검증된 사람에게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으로 실험 결과는 갈무리되었다.


화자는 기존 연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새 연인에게 줄줄이 얘기한다. 화자가 언제 외로워하는지도 알고, 좋은 일엔 기뻐해주고 나쁜 일엔 함께 슬퍼해주는 등 화자의 기분을 잘 맞춰준다. 뿐만 아니라, 화자가 낙담할 때 절망감을 떨쳐내고 회복해 주는 방법까지 알고 있다. 이 정도면 완벽한 연인인데, 이렇게 지혜롭고 따뜻한 연인을 떨쳐내려 하는 것이다.




I can tell her my troubles/ 그녀에겐 내 고민을 말할 수 있어

She makes them all seem right/ 그녀는 모든 걸 괜찮아 보이게끔 해 줘

I can make up excuses/ 그녀에겐 핑곗거리를 꾸며댈 수도 있지

Not to hold her at night/ 밤에 그녀를 안지 못할 땐

We can talk of tomorrow/ 그녀와 난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어

I'll tell her things that I wanna do/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말할 수도 있어

But girl, how can I tell her about you?/ 하지만 그녀에게 당신 얘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녀는 화자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넉넉한 품도 가지고 있다. 잘 들어주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고민 해결법이 될 수 있다. 어설프게, 조언이랍시고 뻔한 이야기나 들먹이며 섣부른 위로를 하기보다는, 그냥 아무 말없이 고개 끄덕이며 들어주고, 가끔 등 쓰다듬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것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능력자이기도 하건만.


밤까지 연락이 되지 않은 다음날, 화자가 얍삽한 핑곗거리를 들이대도, 그녀는 따지고 들며 쫑쫑거리지 않는 쿨함까지 갖추었다.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주는 그녀는 어슴푸레한 미래에 대해서도 막연한 얘깃거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정도면 투명한 영혼의 단짝인데, 단 한 가지, 지금 딴 여자 만나고 있다는 말만은 할 수가 없다.




How can I tell her about you/ 그녀에게 당신 얘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Girl, please tell me what to do/ 그대여,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말 좀 해줘

Everything seems right whenever I'm with you/ 당신과 함께 있을 때면, 모든 게 다 맞는 것 같거든

So girl, won't you tell me/ 그러니, 그대여, 나에게 말 좀 해주지 않을래?

How to tell her about you/ 그녀에게 당신 얘길 어떻게 할지를



양다리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는 화자는 완벽한 영혼의 단짝을 정리하고 새 연인과의 사랑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러려면 그녀에게 새 연인이 생겼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착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그녀에게 비수를 꽂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헌신적인 그녀에게 도저히 헤어지자는 말을 할 수 없는 화자는, 새 연인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려달라고 재촉한다. 새 연인과 함께 있으면 모든 게 다 잘 풀리는 것 같다고 띄워주면서, 이 복잡한 문제를 끊어낼 칼자루를 그녀에게 슬며시 쥐어준 것이다.




How can I tell her I don't miss her/ 내가 그녀를 보고파하지 않는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Whenever I am away/ 내가 멀리 있을 때마다

How can I say it's you I think of/ 생각나는 건 당신뿐이라고 어떻게 말해?

Every single night and day/ 매일 밤낮으로

But when is it easy/ 하지만 언제쯤이 편할까

Telling someone we're through/ 누군가에게 그녀와 내가 끝났다고 말하는 게

Oh girl, help me tell her about you/ 오, 그대여, 내가 그녀에게 당신에 대해 말할 수 있게 좀 도와줘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그녀에 대한 사랑 호르몬은 그 용량이 간당간당 끝이 난 걸까. 그렇다면 그녀의 용량도 끝이 나야 균형이 맞는 건데, 그녀는 여전히 화자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화자는 새 연인에게서 용량 가득한 사랑의 호르몬에 취해 분별력을 잃고 만 걸까.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밤낮으로 생각나는 사람은 새 연인이라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새 연인에게 도와달라고까지 한다. 흔한 막장 드라마에는, 세련된 도회적인 여자가 순박하고 꾸밈없는 여자 앞에 나타나서, 그 남자 이제 내꺼니까 정리하세욧, 하면서 비웃고 나가는 장면이 있다. 화자는 이런 장면이라도 바라는 걸까.


오랜 연애 끝에 헤어진 커플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은, 누군가가 상대방의 안부를 물을 때이다. 정말 궁금해서 묻기보다는 당연히 잘 사귀고 있으려니 하고 인사차 묻게 되는데, 그럴 때 갑자기 머리를 긁거나, 딴청을 피우며 급당혹해하면, 아뿔싸, 헤어졌구나, 싶을 때가 더러 있다.


화자는 벌써 지인들에게 그녀와의 이별을 알릴 타이밍까지 생각하고 있다. 우리 헤어졌어,라고 편하게 말하려면 언제쯤이 좋을지 따져보기도 한다. 하지만 화자와 새 연인은 그녀를 떨쳐낼 방법을 찾느라 이토록 작당모의 하는 중에 생긴 일종의 유대감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장담컨대, 화자의 새 연인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자신 또한 작당모의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리라. 다섯 손가락 중에 남을 향해 엄지와 검지를 펼 때, 나머지 세 손가락은 여전히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기억한다면 저렇게 살진 못하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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