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Daffodils> 가난한 남자의 사랑법

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by 늘 쪽빛바다

Sung by Brothers Four


I may not have a mansion/ 난 큰 저택이 없어요

I haven't any land/ 땅뙈기도 없죠

Not even a paper dollar/ 심지어 1달러 지폐 한 장도 없어요

To crinkle in my hands/ 손 안에 구겨쥘 수 있는



이 곡은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인 W. B.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하늘의 천을 원해요>(I Wish for the Cloths of Heaven)가 생각나고, 뒤이어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연상된다.


“내게 금빛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그대 발 아래에 펼쳐 놓으련만

나, 가난하여 꿈밖에 가진 게 없으니

그대여,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기에”


예이츠 시를 요약해 보았다. 이 시를 김억 선생이 김소월에게 소개했고 감화를 받은 소월이 <진달래꽃>의 영감을 얻었으리라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심지어 어지간한 러시아 사람들도 아는 <진달래꽃>은 한국적인 정서를 고스란히 녹여내어, 깊은 슬픔의 미학으로 승화시켰다는 비평은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이쯤 되면 나는 미안해서라도 못 갈 것 같다. 꽃을 밟고 간다는 것은 상대방의 꿈과 순수한 사랑을 짓밟는 일이다. 그러니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는 말은 부디 가지 말라는, 이래도 갈래? 하며 애절하게 붙잡는 역설적인 화법일 뿐이다. 다만 찌질하게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떠날지 말지를 상대방에게 결정하게 하면서, “나는 비웠노라!” 하는 정서가 이 시를 오래도록 붙들고 있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예이츠와 김소월이라는 출중한 시인의 향이 너무 진하다 보니, 그 향을 따라 정신없이 걷다가, 문득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 보리밭에 도달한 기분이 든다. 이제는 <일곱 송이 수선화>로 돌아와 보자. 일단 화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노라고 시작한다. 집도 땅도 심지어 1달러도. 이런걸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배 째라는 도전 의식으로 봐야 하나.



But I can show you morning/ 하지만 당신에게 아침을 보여줄 수는 있어요

On a thousand hills/ 수많은 언덕 위에서

And kiss you and give you/ 그리곤 당신에게 키스하고 줄 수 있죠

Seven daffodils/ 일곱 송이 수선화를



화자는 가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언덕에 올라가서 해 뜨는 아침을 보여주고 키스하고 일곱 송이 수선화를 주겠다고 한다. 난 반댈세. 내가 20대 였다면 낭만이 이겼을지도 모르겠다만, 낭만이 밥 먹여 주지 않음을 아는 지금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현실을 택하고 말리라.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매번 해 뜨는 아침을 보여준다고? 가진 것이 없다면 아침을 보여줄 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기 바쁘게 일하러 나가는 게 더 멋있지 않을까? 또 낭만이 졌고 현실이 승리한 건가?


이토록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노랫말에 이렇게 삐딱하게 굴 일은 아닌데. 너무 현실에 몰입하여 이 곡의 주인공을 나 자신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예를 든 예이츠도 그렇고 김소월도 그렇고 이 작품의 화자도 그렇고 모두 하나같이 가난한 남자의 사랑법을 다루고 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이 저 멀리 웅크리고 있지는 않다. 가난하다고 해서 감정까지 가난하지는 않다. 가난하다고 해서 낭만이 궁핍하지는 않다.


가난을 사랑으로, 감정으로, 낭만으로 채우고자 하는 그 안쓰러움 때문에 이 곡의 가사는 시적인 완결성을 가지고 있으리라. 아무것도 없지만 “세상의 모든 아침을 당신에게 선사하겠소”라는 고백만으로도 가슴 뭉클할 일이다.




I do not have a fortune/ 난 재산이 없어요

To buy you pretty things/ 당신께 예쁜 것들을 사 줄만한

But I can weave you moonbeams/ 그러나 당신에게 달빛을 엮어줄 수는 있어요

For necklaces and rings/ 목걸이와 반지가 될 수있게



아침에는 일곱 송이 수선화를 꺾어주고, 저녁에는 달빛을 엮어 반지와 목걸이를 만들어주겠다면 낭만의 끝판왕이 아닌가. 이 장면에서 한때 토끼풀로 반지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어서 여자 친구에게 끼워주었던 낭만적인 남자분들이 내 얘긴데? 라며 추억 속의 그녀를 살짝 불러내고 계실지도.


토끼풀 반지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인데, 이 곡의 화자는 달빛을 엮어서 목걸이까지 만들어준다니 가난한 감성인들은 창의력을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저기 저 달에 여자 친구의 손가락을 올려 맞추면 달빛 반지가 되고, 얕은 물에 비친 달빛을 잘 조준하여 내려다보면 달빛 목걸이가 되리니. 금반지 금목걸이가 부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만 암튼 난 반댈세.




Oh, seven golden daffodils/ 오, 일곱 송이 금빛 수선화

All shining in the sun/ 모두 햇빛에 반짝이면서

To light our way to evening/ 우리의 저녁 길을 밝혀줄 거예요

When our day is done/ 하루가 끝날 때면



이 작품에 나오는 화자는 아마도 산골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매일 아침을 보여줄 수 있을테지. 눈 비비고 나오면 바로 아침의 황금빛 태양을 볼 수 있고, 지천에 가득 피어있는 수선화를 꺾어서 그녀에게 선물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런 수선화 선물은 삼일 이내에 지겨워하기에 충분한데.


연인이 부부가 되고, 마을로 내려가 고된 하루의 노동을 끝낸 후 집으로 산으로 돌아가는 어두운 길에, 황금빛 수선화는 빛처럼 환하게 등불 역할을 해줄 것이다. 화자는 이렇게 완벽한 하루의 스케치를 그녀에게 보여준다. 이렇게 살자고.




And I will give you music/ 난 당신께 음악을 들려 줄거예요

And a crust of bread/ 한 조각의 빵도요

And a pillow of piney boughs/ 소나무 가지로 된 베개도요

To rest your head/ 당신의 머리가 쉴 수 있도록



집에 와서 화자는 소박한 저녁 식사를 하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함께 단잠에 빠져들리라. 소나무 가지로 된 베개는 호텔의 푹신푹신 보들보들한 촉감은 아닐지라도 솔향 솔솔 풍기며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게 하리라. 오, 이건 정말 좋다.


소나무 베개와 함께, 매일 밤 노래 불러주며 스르륵 단잠 들게 하는 사람이라면, 가난한들 어떠리.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잔대도 불면으로 이리저리 뒤척이는 삶보다는 나으리니. 난, 이 사랑 찬성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