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관계와 이해관계를 혼동하지 말자
정리한 지난 관계에서 느낀 감정을 꺼내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당시 내 무리에서 내 선택을 존중해주었더라면 그 무리를 나는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뭔지 모를 배신자가 된 기분이었지만, 내 선택에 조금이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한 번이라도 제대로 물어봐줬더라면 나는 그렇게 매몰차게 뒤돌아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무리의 관계에서 커다란 회의감을 느낀 경험은 꽤 상처가 컸던 것 같다. 허울뿐인 관계만 맺고 있었나 싶었으니. 관계란 것이 이토록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순간, 깨달았다. 대개 서로 필요에 의해서 관계를 맺었다는 걸.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관계는 재편이 되기도 하고 정리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의미를 두지 않은 사이에서는 사실 대수롭지 않겠지만 남다른 의미를 느끼던 무리에서는 선택 후 달라지는 관계는 큰 상처가 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서운함이 컸지만 티 내지 않았다. 변명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당시 마음은 그저 물어봐 주길 바랐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단내 나는 정을 나눈 사이라고 늘 진정한 관계는 아니라고 느꼈었다.
그때의 감정을 돌아보면, 구구절절하게 뭔가를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설명할 까닭도 없었다고 생각했다. 내 선택이 그들의 삶에 피해줄 것은 없었으니까. 누군가 배신감을 느꼈다면 아마 나는 되물었을 것이다. 무엇이 배신감을 주었느냐고. 내 선택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그건 스스로 불편하니까 핑계를 대는 행위라 생각했었으니. 입장을 바꿔 만약 당신이 그런 선택을 했다면 난 기꺼이 응원해줄 마음이 컸으니까. 상대적 입장과 관점의 차이는 늘 존재한다. 그때도. 그게 서로의 마음의 차이였을 뿐. 어쩌겠나. 서운한들 채워지지 않는 것이고, 불편한 들 바꿔줄 수 없는걸.
돌아보면, 관계란 것은 선택 후에도 많이 바뀐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다만 이제는 달리 생각하는 구별점은 좋은 시간을 나눈 사람들이라고 진정한 관계다,라고 자동적 사고로 연결시키지 않는다는 것. 더욱이 선택에 따라 바뀌는 관계라면, 조금은 달리 생각해봐야지 싶다. 선택에 따라 바뀌는 관계라면 이는 한 사람으로서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관계라기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맺어지는 관계일 가능성이 크니까.
내가 생각해보는 진정한 관계는 공감과 이해에 가까운 모습이지 싶다. 좋은 기분에 관계를 이렇다 저렇다 정의 내리기보다는, 순간순간 관계의 모습에서 감정을 느끼고 흘러가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 입장 차이는 늘 마주할 수 있는 것이고, 각자의 선택 후 달라지는 관계의 양상을 보고 관계의 의미를 훗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스스로 바라건대 함부로, 섣불리 관계의 의미를 붙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특히 진정한 관계란 말을..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관계라면 그건 진정한 관계라기보다는 이해관계에 가까운 것이니. 물론 이해관계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관계상 헷갈리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현재의 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이해관계인데 진정한 관계인 것처럼 혼동하지 말자는 생각이 크다. 선택에 따라 달라질 관계라면 진정한 관계라고 붙이기는 건 모순이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관계라면 입장 차이에 따른 선택을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느끼는 감정은 서로 다를지라도 말이다.
진정한 관계에 대한 물음에서 적어도 진정한 관계라 생각한다면, 왜 그 선택을 하게 됐는지 물어보고 들어봐 줘야 할 것 같다. 적어도 그렇게 해줘야 진정성을 운운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그러나 이 생각이 말처럼 쉽게 행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진정한 관계란, 원하지만 어려운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좋은 관계들,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이해관계인지 진정한 관계인지는 분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인 듯하다. 왜곡된 인식은 관계를 더 어렵게 몰아가니까.
+ 정리한 지난 관계가 갑자기 떠오른 어느 날 밤의 끄적거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