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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혜윰 goodlife Nov 13. 2020

넘어지고서 알게 된 것, 마음속도

돌부리가 잘못이 아냐. 내 마음속도가 문제였지..

꽈당 넘어질 때는 

날 넘어트린 돌부리에 성을 냈었다.     

너 때문에 내가 넘어졌다고, 

너 때문에 내가 아프다고.     


찢어져서 피가 났지. 

소독하고 찢긴 부위를 꿰매면서 

억울하고 원망하며 울었지.

너 때문에 내 심신에는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남을 것이라고.     


경로를 이탈하면서 서러움에 

북받쳤던 나를 정신적으로 감싸주던 건 

생각지 못했던 자연이었다. 

자연이 내게 다가와서 

나를 보듬어줄지 몰랐네.

놀라운 경험이었어.


자연이 나를 감싸주며 

상처가 아물 때까지 좀 쉬었다 가라고,

시리지 말라고 따뜻한 잔디와 

그을리지 말라고 나무 그늘을 

내게 내어주었어.


외로워할까 봐 자연의 요정들도 

내 곁에 있게 해 주니 

서러움이 차츰 가라앉았지.


상처가 아무는 시간은 

더디고 느릿했었지만 

주행하던 길 위에 있을 때보다 

마음이 편했어.

엄마 품처럼 따뜻하고 좋았지.


자연 속에서 나는 상처를 돌보며 

내가 넘어진 저 길을 다시 바라보았지.


가만히 저 돌부리를 보니 

그 누구도 치울 수 없는 거였다.

조심해서 건너가라고 손짓하고만 있었네.


너무 작아서 속도를 줄여서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겠구나 싶을 만큼 작은 손짓.

그 손짓을 나는 보질 못했던 것이고.


어느 날, 저 길로 누군가 

허겁지겁 달려가는 걸 봤어.

저 속도로 가면 저 돌부리를 

보지 못할 텐데.. 

나처럼 보지 못하면 어쩌지

알려줘야 하나...  


목청껏 소리를 내서 

알려주고 싶었는데 

거기까지 가닿지 않네.


나처럼 정면만 보면 안 되는데.. 

조금만 주의해서 속도를 조절해서 

바라보면 발견할 수 있을 텐데.

그럼 무사히 저 길을 지나갈 수 있을 텐데.. 

조마조마했어.


저 지점은 마의 지점인가 봐.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넘어져야 볼 수 있는 지점.


누군가는 지혜롭게 

속도를 줄이고 잘 넘어갔어.. 

다행이다. 

나도 저렇게 조절했어야 했는데.. 

나의 지나침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가 

내 상처도 다 아물어갈 즈음

자연은 인제 그만 내 길로 돌아가라고 

계속해서 바람을 일으켰지.


다시 저 길로 들어서라고 하는데 

저 길로 다시 들어서면 

이제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어.     


다시 또 정신없이 뛰다가 

넘어지면 어쩌지? 


자연은 그런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네.

상처가 아무는 시간 동안 느끼고 배웠으니 

이제는 다르게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토닥였지.     


어떻게 저 길을 넘어가야 할지 

이제는 느낌을 잡았으니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다시 

저 길로 가라고, 

그래, 그런 느낌이었어.

     

넘어지기 전의 거칠었던 나는 

이제 없을 거야. 

넘어진 후 아물면서 다듬어진 

내가 대신할 거니까.


약해지지 말라고 계속 다독여준다. 

방향을 새롭게 바꾸고 저 길로 

나는 다시 내 등을 밀어 본다.


이제는 좀 다르게 

이 길을 걸을 수 있겠지. 

부드럽고 여유롭게 둘러보면서 

한 발씩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넘어지기 전의 내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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