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리가 잘못이 아냐. 내 마음속도가 문제였지..
꽈당 넘어질 때는
날 넘어트린 돌부리에 성을 냈었다.
너 때문에 내가 넘어졌다고,
너 때문에 내가 아프다고.
찢어져서 피가 났지.
소독하고 찢긴 부위를 꿰매면서
억울하고 원망하며 울었지.
너 때문에 내 심신에는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남을 것이라고.
경로를 이탈하면서 서러움에
북받쳤던 나를 정신적으로 감싸주던 건
생각지 못했던 자연이었다.
자연이 내게 다가와서
나를 보듬어줄지 몰랐네.
놀라운 경험이었어.
자연이 나를 감싸주며
상처가 아물 때까지 좀 쉬었다 가라고,
시리지 말라고 따뜻한 잔디와
그을리지 말라고 나무 그늘을
내게 내어주었어.
외로워할까 봐 자연의 요정들도
내 곁에 있게 해 주니
서러움이 차츰 가라앉았지.
상처가 아무는 시간은
더디고 느릿했었지만
주행하던 길 위에 있을 때보다
마음이 편했어.
엄마 품처럼 따뜻하고 좋았지.
자연 속에서 나는 상처를 돌보며
내가 넘어진 저 길을 다시 바라보았지.
가만히 저 돌부리를 보니
그 누구도 치울 수 없는 거였다.
조심해서 건너가라고 손짓하고만 있었네.
너무 작아서 속도를 줄여서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겠구나 싶을 만큼 작은 손짓.
그 손짓을 나는 보질 못했던 것이고.
어느 날, 저 길로 누군가
허겁지겁 달려가는 걸 봤어.
저 속도로 가면 저 돌부리를
보지 못할 텐데..
나처럼 보지 못하면 어쩌지
알려줘야 하나...
목청껏 소리를 내서
알려주고 싶었는데
거기까지 가닿지 않네.
나처럼 정면만 보면 안 되는데..
조금만 주의해서 속도를 조절해서
바라보면 발견할 수 있을 텐데.
그럼 무사히 저 길을 지나갈 수 있을 텐데..
조마조마했어.
저 지점은 마의 지점인가 봐.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넘어져야 볼 수 있는 지점.
누군가는 지혜롭게
속도를 줄이고 잘 넘어갔어..
다행이다.
나도 저렇게 조절했어야 했는데..
나의 지나침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가
내 상처도 다 아물어갈 즈음
자연은 인제 그만 내 길로 돌아가라고
계속해서 바람을 일으켰지.
다시 저 길로 들어서라고 하는데
저 길로 다시 들어서면
이제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어.
다시 또 정신없이 뛰다가
넘어지면 어쩌지?
자연은 그런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네.
상처가 아무는 시간 동안 느끼고 배웠으니
이제는 다르게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토닥였지.
어떻게 저 길을 넘어가야 할지
이제는 느낌을 잡았으니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다시
저 길로 가라고,
그래, 그런 느낌이었어.
넘어지기 전의 거칠었던 나는
이제 없을 거야.
넘어진 후 아물면서 다듬어진
내가 대신할 거니까.
약해지지 말라고 계속 다독여준다.
방향을 새롭게 바꾸고 저 길로
나는 다시 내 등을 밀어 본다.
이제는 좀 다르게
이 길을 걸을 수 있겠지.
부드럽고 여유롭게 둘러보면서
한 발씩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넘어지기 전의 내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