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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혜윰 goodlife May 08. 2021

브런치에서 보낸 안부에 회답을

지금 전, 이런 시기를 건너고 있군요.

브런치로부터 글을 발행하지 못하는 지금의 내게 챙김의 알림 메시지를 한통 보내왔다. 글로 소통하는 이곳에서의 이렇다 할 활동이 없으니 지금 내가 느끼고 시선에 담은 삶의 것들을 소소한 것이라도 꺼내서 소식을 전해 달라는 내용으로. 일정 기간 글을 발행하지 않은 작가들에게 보내는 자동적인 루틴의 알림 메시지겠지만, 재촉의 의미가 아닌, 은은하게 활동을 기다리는 마음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가볍게 입가를 올리며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무슨 말을 할까.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현재란 이 시기, 내가 무엇을 느끼고 담고 살아가는지 날 것 그대로 꺼내서 근황도 남길 겸 자판을 두드려본다.




지난해 코로나가 시작할 무렵, 심신수양으로 시작된 나의 새로운 학문에 대한 공부를 올해 말 종강을 앞두고 바쁘게 일정에 맞춰서 알뜰살뜰하게 챙기며 지낸다. 코로나로 힘겨운 시간이지만, 내게는 이 시기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깊숙이 이해하고 다듬어가는 열성적인 시기로 남을 것 같다. 시험을 보고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닌 실제적인 삶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기 위해 배우고,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아채면서 한 사람로서의 나를 만나는 진지하고 살아있는 공부를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내게도 맞다. 평생학습과 배움을 통해서 나를 좀 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천천히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배움의 길을 놓지 않을 생각이니까. 이번 커리큘럼을 마치면 좀 더 세부적으로 심화학습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명확해지는 중이다. 안개 낀 것처럼 막연했던 심정들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내가 무엇을 좀 더 배우고 싶은지, 알고 싶은지, 깨닫고 싶은지 선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 욕구가 풀릴 때까지 계속 멈추지 않고 나아가 볼 생각을 하고 있다.





십수 년 간 직장인의 삶을 살아봤으니,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내 시간을 자율적으로 스스로 조절해가면서 독립적인 일을 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생활을 경험하고 싶었다. 마음으로만 품고 있던 생활을 실제로 해보니, 프리랜서는 시간의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분위기를 내 마음껏 바꿔볼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는 생각이 든다. 고정된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일하지 않을 뿐이지 책임져야 할 일정의 무게는 바뀌지 않고 개인 사정이란 것은 고려할 조건이 되지 않기에 투입되는 작업 시간은 더 촘촘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스스로 일정과 일정의 여백을 두지 않으면 쉼 없이 더 일정에 매여서 살아가기 쉬운 생활환경이지 싶다. 통제해야 할 것들도, 시도해야 할 것들도, 챙겨야 할 것들도 더 많아진 느낌이다. 직장생활보다 더 여유 없이 흘러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생활이 내게 큰 매력으로 와 닿는 점은 단 한 가지, 내가 원하는 작업 분위기를 만들어가며 주변 환경에 별 방해받는다는 느낌 없이 온전히 집중해서 작업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 매일매일 달라지는 컨디션을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내 공간을 만들어가면서 편하게 작업에 집중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직장인의 삶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한 자유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프리랜서의 삶은 구속력이 없어서 불안정한 면도 있지만, 구속력에서 벗어난 공간과 분위기에서 내가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해서 할 수 있다는 점이 지금 내게는 정말이지 지키고 싶은, 가장 큰 꿀맛이다. 구속력을 포기하고 정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노터치 자유를 얻은 느낌이랄까. 물론 작업의 결과가 좋아야 이 자유감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이 삶을 더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더 분투하고 있고, 더 다양하게 시도해가며 살아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계속 이 날것의 새 경험들을 축적하고 있는 중이다. 이 시간이 어느 정도 쌓이면 좀 더 자세히 비교 분석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 같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불안감이 커져서 다시 직장생활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밀물처럼 마음 깊숙이 밀려오지만, 조금 더 이 불안을 감내하면서 용기 내서 이 생활을 더 기꺼이 경험해볼 생각이다.




관계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시기다. 관점이 바뀌는 지점에 와있는 느낌이다. 상대적인 관점과 서로의 처지, 사정, 입장이 있으니 서로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고 행동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관계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사람 관계. 섬세하고 어렵고 복잡한 관계 속에서 내가 어디까지 얼마나 수용하고 거부할 것인지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들이 교차되는 시기를 보내는 것 같다. 어떤 상황 속에서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자동적 사고들이 사람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지만, 무엇보다 내가 어디까지 얼마나 수용하고, 벗어나고 할지를 두고 그 적정선을 찾아가는 중이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 아마도 이런 관계에 대한 고민은 살아가는 시간 내내 하게 될지도 모르고, 다듬어가야 할 과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고민도 삶에서는 피할 수 없는 덫. 삶에서 내가 무엇을 지킬 것이며, 내가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우선 내 상태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막연하게 그래야 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명확하게 타당성과 유용성을 따져서 관계를 다듬어나갈 볼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아닌 것에 의미두지 말고, 지켜야 한다면 용기를 내서 수용 해나가 내 마음에서 두드리는 진정한 관계의 삶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고 마음을 기울여본다. 아직은 정리되지 않은 느낌들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이 미해결 된 마음과 감정, 생각들을 잘 매만져서 이 시기를 보내려 하다 보면 미쳐 내가 느끼지 못했던, 의식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더 발견하고 느끼는 것들이 또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답은 모르겠다. 일단 흘러가면서 떠오를 때마다 들여다본다.




사람이든, 생활이든, 삶이든, 그 무엇이든 살아내는 이 시간들은 그저 과정이기에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내 마음에서 강하게 두드리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시선을 두고 챙기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나 역시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들이 있다면, 그로 인해 챙기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완전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을 테지만, 내 삶을 성장시키고 성숙시키기 위한 균형을 잡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사실은 이 시간이 지나도 언제고 다시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나는 내 삶에서, 내 프리한 이 생활의 환경에서도, 내 관계에서도 나는 조금씩이라도 계속 노력 중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삶의 한가운데서 계속 과정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바꾸면 되고, 맞다고 느끼는 순간 더 용기 내서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나도, 너도, 우린 과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러니 힘내서 잘 건너가자고 올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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