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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국 Nov 30. 2021

열 권의 효용을 느낀다면

책을 쓰는 이유 (2)

    나는 지식의 생산자가 아니다. 남들이 생산해놓은 지식을 가져다 쓰기만 한다. 다독가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지난 오 년간 사백 권 정도 읽었다. 책을 읽을수록 책을 쓰려는 생각은 멀어졌다. 책이란 누군가 다년간 깊이 연구하고 고민하여 형성된 자신의 사상을 정제하여 내놓은 것이다. 어떤 책들은 너무나 위대하게 느껴져서, 읽다 보면 내가 책을 쓴다는 상상만으로도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따라서 여러 해 동안 내 안에 쌓여가던 생각들을 감히 적어놓을 시도를 못 하였다.


    그러나 많이 읽는 사람은 내면에 꾹꾹 눌러 담기는 말들을 더는 누르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와서, 결국 쓰게 된다. 책이란 사람이 적었기에 사람의 마음과 닮았다. 획일적이지 않고 다채롭다. 이중적이고 양가적이다. 읽을수록 멀어지던 쓰려는 생각과 더불어 읽을수록 쓸 수 있겠다는 용기를 함께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온다.


처음부터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없다. 처음엔 고통, 두려움, 부끄러움이 함께한다. 내 기록이기에 소중 하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써보라. 완벽한 글쓰기는 없다. 완벽한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꾸 글 쓰기를 멈추도록 만드는 ‘제2의 자아’를 억제시키라. 글을 쓰면서 자꾸 평가를 내리지 말고. 무작정 쓰고, 기계적으로 글을 생산하라.
 - 홍상진, 『그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북포스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 위화, 『사람의 말은 빛보다 멀리 간다』, 문학동네


완벽한 저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 완벽함은 신기루처럼 손에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생각이나 글이 완벽해질 때까지 출판을 미루지 마라. 세상으로 내보내라. 출판하기 전에 친구나 동료에게 수백 번씩 회람시키는 일 따위는 하지 마라. 그렇게 하면 결과물이 좀 더 ‘얌전’해지고 비난을 피해 갈 수도 있겠지만, 그다지 개성 있는 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회람을 시킬수록 글은 읽어본 사람의 것이 되지, 자신의 글은 아니게 된다. 자기가 쓴 글에 자신감을 가져라.
- 앨런 더쇼비츠, 『미래의 법률가에게』, 미래인


    요컨대 완벽한 글쓰기란 없으며 누구나 부끄러운 시기를 겪는다. 자신이 어떤 걸 쓸 수 있는지는 쓰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써 보기로 하였다. 내 글을 읽고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사유할 수 있는 영감을 얻는다면 좋겠다.


    작가 유시민 님은 스스로를 지식소매상이라 칭한다. 물건을 사기 위해 반드시 그 물건을 생산한 공장으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슈퍼에 가서 구매하는 게 편하다. 지식도 생산자뿐 아니라 소매상이 필요할 것이다. 나도 생산자는 못 되더라도 소매상은 되려 한다. 내가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얻은 것을 한 권으로 적어서, 독자가 그 한 권을 읽고 열 권은 읽은 것 같은 효용을 느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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