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우리의 20세기와 전환의 순간들

by 단아한 숲길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전면 개정판)


우리의 20세기와 전환의 순간들

"20세기는 태양 아래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은 '역사의 시간'을 체감하기에 좋은 100년이었다. 그토록 많은 것이 사라지고 생겨난 100년은 없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격동의 시대를 지나 평화의 시대를 살고 있지요. 하지만, 모두가 평화롭지는 않아요.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지구 한편에서는 자국의 잇권을 위해 상대국을 무참히 짓밟는 일을 서슴지 않는 나라가 있구요, 지배층의 안락을 위해 피지배층을 농락하고 끊임없이 도구화하는 끔찍한 집단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온전한 평화에 이르기 위해 갈 길이 멀기만 한 것이죠. 과연 온전한 평화가 가능하긴 한 걸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또 깊어졌습니다. 생명의 가치와 전쟁의 의미, 인간의 추악한 욕망 그리고 정의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마침 어제가 삼일절이기도 했지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환경들이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며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후손의 앞날을 위해 목숨까지 내던져 민주주의를 이뤄주신 순국선열들께 감사했고, 지금 이 시대와 이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책에는 드레퓌스 사건, 사라예보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소개되어 있고, 히틀러나 레닌 등 역사적 인물들도 많이 등장했지만 그중 베트남의 마지막 민족해방 전쟁 부분에 특히 관심이 가더라고요.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은 군사, 문화, 경제, 과학 전반적으로 강국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끊임없이 강국의 침략에 시달리는 약소국이었잖아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전에 어마어마한 군인들을 파병했었기 때문에 더 심이 갔어요.


책을 읽고 나니 베트남 민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년 동안 프랑스와 미국 등 강국에 시달리면서도 끊임없이 항쟁해서 결국은 민족 자립을 이루었다는 점에서요.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듯 전쟁과 항쟁의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군인과 민간인뿐 아니라 수많은 애국자가 희생되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은 명확한 제국주의 침략전쟁이었다고 합니다. 가해자인 미국에 협조하여 많은 사상자를 낸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당시 외교적 입지와 경제적 측면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었겠지만, '따이한 부대'로 활약하며 일부 부대가 양민을 학살했고 베트남 여성이 낳은 한국계 자녀를 모두 버리고 철수한 것은 분명 우리의 잘못입니다. 지금은 베트남의 중요한 교역 상대가 되었으나 한편으론 베트남에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20세기에 일어났던 세계사를 들여다보며 역사의 흐름과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익한 책입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해요. 유시민 작가의 유려한 문장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글.그림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