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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함의 숭배

엘리트주의는 어떻게 사회를 실패로 이끄는가

by 단아한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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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함의 숭배 : 엘리트주의는 어떻게 사회를 실패로 이끄는가

크리스토퍼 헤이즈/ 갈라파고스 / 2017 (미국 현지 발매 2013)

원제: Twilight of the Elites: America After Meritocracy


도서관에 갔다가 끌리는 책을 만났어요. 엘리트주의에 관한 책이죠. 이 책은 원래 미국에서 발매된 책인데 작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오랜 연구와 노력으로 맺은 결실이라고 해요.


책 제목이 <똑똑함의 숭배>네요. 엘리트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똑똑해야 한다는 전제인듯합니다. 2013년에 미국에서 발매되었고 2017년에 번역되어 출판된 책이므로 정보의 신선함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미국의 능력주의가 양산한 수많은 엘리트들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이 책은 미국에 대한 책인 동시에 한국에 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사회가 그들과 닮은 점이 많다는 건 부인할 수 없으니까요. 내용 중에 뉴욕 엘리트 명문인 헌터 중고등학교 이야기는 한국의 수능 입시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학교는 추천서, 이력서, 에세이, 레거시, 인터뷰 등의 온갖 주관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오직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해요. 단 3시간의 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죠. 문제는 그 시험을 치르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오직 능력이나 실력만 보고 뽑겠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경제 능력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꿈꾸기조차 힘든 경쟁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수능시험 역시 한 번의 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고 있죠. 수능 역시 똑똑한 사람을 가려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문제는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 없이는 소위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신념은 좋지만 공정하지 않다는 게 문제인 듯합니다. 가난은 대물림 되고 있으며 특권층 혹은 기득권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불의한 일을 서슴지 않으니까요. 정치나 경제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봐도 부도덕과 몰상식은 흔하게 넘쳐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좋은 대학에 가게 하기 위해 공부로만 내몰았던 결과가 도덕성의 상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신념이나 사상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자기중심으로 기울어지면 부도덕과 결합되고 마는 것이죠. 공정이나 상식은 자리를 잃고 맙니다. (이 역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


3장에 보면 '책임은 힘없는 사람이 지고 용서는 힘 있는 사람이 받는다.'는 주제로 풀어가고 있어요. 확 와닿더군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은 용서받고 오히려 많은 것을 누렸고 힘없는 서민들만 고통에 시달렸던 대표적인 사건이지요.


만약 상위 1%를 차지한 엘리트 계급이 정의롭고 공정하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닌 지혜롭고 훌륭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 리더의 기준이었다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7장에서는 종교가 된 능력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펼쳐집니다. 책을 읽어보시고 함께 고민하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미래의 불안을 대비하는 것과 맞닿아 있기도 하니까요.


솔직히 재미있게 잘 읽히는 책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보니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우리 사회의 각종 부조리가 떠올라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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