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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잡다한 일기

솔직하고 투명하게

by 단아한 숲길


눈이 건조하고 뒷 목이 뻣뻣하며 수족 냉증이 다시 시작되어 손의 온도에 따라 예민도가 달라지는 요즘, 뭔가 노력해서 이루려 하기보다는 존재함 그 자체로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좀 지쳤다고 해야 할까, 피곤함에 절었다고 해야 할까. 하루에 두 번씩 방전된 배터리마냥 기운이 쭉 빠지는 건 계절 탓인 걸까, 스트레스 때문일까.


아무리 모든 게 귀찮아도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다. 하나하나 꾸역꾸역 해내다 보면 하루가 다 지나간다. 여전히 책을 읽고 있지만 서평은 쓰지 않는다. 써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계속 미룬다. 아마도 책상 앞에 앉아서 깊은 생각을 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인 듯. 에너지가 부족할 땐 모든 일이 버겁다.


그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다시 에너지 충만하길 기대하는 것, 충만을 위해 준비하는 것. 이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 계절은 아이들과 주부들, 노년의 인생들에게 고달프다. 건조하고 밤낮의 기온 차이가 심하며 면역력이 떨어지는 계절이기 때문. 지인 중에 온 가족이 감기에 걸려 고생 중인 집이 많다. 우리 집에도 목감기가 남편에게 왔었지만 짧게 앓고 지나갔다. 그나마 다행.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다. 수시로 사방 팔방 출몰하며 사람들을 잡아 삼키는 괴물처럼 감기의 위력은 대단하다.



아침부터 아이한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소리 지를 정도의 일은 아니었는데... 두 번을 말했는데도 물건을 제 자리에 정리하지 못하는 아이에 대해 불쑥 화가 났다. 어지르는 데 대단한 소질이 있는 아이와 물건이 흐트러져 있으면 많이 스트레스 받는 엄마가 한 집에서 평온하게 사는 일은 참 어렵다. 반복되는 잔소리 and 반복되는 짜증과 반항. 애교쟁이라서 사랑 표현 잘하고 정 많은 아이인 것은 인정한다. 엄마가 힘들어 보이면 살펴주고 위로해 주는 아이라서 늘 고맙다. 그런데도 정리 정돈과 이 닦기에서 충돌이 일어나곤 한다. 4세나 5세 때 정리 정돈을 제대로 못 가르친 내 잘못인 걸까, 타고난 아이의 성향일까. 잘 모르겠다. 반반인 걸로 하자.


내 스트레스의 절반 이상은 정치적 상황 때문이고 나머지는 나 자신 때문인 것 같다. 정치... 별로 관심 없던 분야였는데,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 울컥 화날 때가 많다. 정의를 외치지만 선택적 정의를 실현하고, 약자를 위하는 척하면서 강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일삼는 현 정권에 화가 난다. 죄가 있어도 조사하지 않으면 무죄가 되고, 죄가 없어도 만들어서 뒤집어 씌운 후 여론 몰이를 통해 '죽일놈' 혹은 '더러운 놈'을 양산해 내는 기술자들을 보고 있으면 불쑥 욕이 튀어나온다. 정신 건강 때문에 정치에 무심할 수도 없는 노릇. 더 이상 개, 돼지로 살기는 싫다. 그들이 외치는 자유는 무엇인가, 누구를 기준으로 하는 자유인가. 자격 미달 정도가 아니라 사적 이익에 눈 먼 멍청한 자가 나라의 수장이 되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나라가 망해가는지를 생생하게 겪는 중이다. 민생은 뒷전이요 상대 당을 짓밟는 일에 열심이다. 그나마 깨어 있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외치지만 텔레비전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50만이 넘는 국민이 피 토하는 심정으로 외치는데도 대부분의 언론이 침묵한다. 이게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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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음알음 소식을 접하고 돌렸던 10.22 촛불 집회가 개최되고 있다. 사실 퇴진이라는 사안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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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내게 의욕적인 요소는 '100일 건강 프로젝트'이다. 100일 동안 매일 세 가지를 실천하기로 결심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오늘로 60일째. 오모나! 벌써 60일이나 되었구나. 16시간 동안 위를 쉬어주는 간헐적 단식, 매일 7000보 이상 걷기와 30회 이상 윗몸 일으키기. 비교적 쉬운 미션이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보다는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실천하는 게 낫기 때문에 쉽게 설정했다. 100일이 완료되는 12월 5일에는 수고한 내게 기분 좋은 선물을 줘야겠다. 뭐가 좋을까?



오랜만에 써 본 일기. 글을 통해 마음을 풀어내었더니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아무리 피곤하고 귀찮아도 글쓰기는 꾸준해야 할 텐데... 문제는 습관이 되지 않는 한 그러기 어렵다는 것. 글쓰기와 영어 공부를 습관화 시키는 게 또 하나의 숙제다.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 당연한듯 하게 되는 것. 나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 글쓰기와 영어 공부가 그랬으면 좋겠다.


요즘 드라마 보는 일에 하루를 기준으로 평균 2시간 정도(?) 소모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드라마 중독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주로 유튜브 통해 요약본을 보고 있는데도... 절제가 안된다. 어른도 스마트폰에 이렇게 놀아나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물론 모든 어른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 정신 차려야 한다. 정신 차리자! 드라마 보는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는 게 낫겠다. 적당한 잠은 보약이므로.



집에서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집 안에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인듯. 오랜만에 카페에서 지인을 만났고 헤어진 후 혼자서 일기를 써보았다. 많은 작가들이 카페에서 글쓰기 하는 이유를 알겠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카페에 와야겠다. 혹은 귀찮아도 도서관에 가야겠다. 도서관이 가까이 있는데도 활용을 못하고 있다. 다시 심기일전하여 움직여 봐야지. 오늘의 일기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 눈이 피곤하다고 난리다. 이제 좀 쉬어줘야 할 듯. 집에 가서 요리와 청소를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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