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돌스냅 작가로 살아갈 예정이었으나 계획에 변동이 생겨서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과 도와야 할 일이 산더미라서 교통정리 중이다. 역시 일 복 많은 사람은 일이 따라다닌다. 오늘 만난 아가는 무심한 표정으로 계속 엄마 품에 안겨 있더니 돌상 단독 촬영 때 환하게 웃어주었다. 둘잔치에서웃는 사진 하나 쯤 남기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이를 모른 척하는아기도 제법 있는데오늘의 주인공은 인심이 후하다. 촬영가 입장에서도 참 고마운 일이다.
조촐하게 가족끼리 진행하는 돌잔치였다.
돌잔치 시작 전에 미리 가서 사진을 좀 찍다가 가족이 모두 도착하면 기념사진으로 마무리하면 되는 일정이다. 양가 부모님들이 오랜만에 만나 정겨운 인사를 나누신 후 사회자 없이 아기 엄마가 바로 돌잡이를 진행했다. 이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우리 아이 돌잔치 때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백일이나 돌잔치 때 얼마나 분주하고 어수선한지. 차분하고 침착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고 대부분이 그럴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촬영 가면 엄마들을 최대한 편안하게 대해주려 노력한다. 오늘 돌잔치에서는 상이 넘어지고 현수막이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들이 있었다. 그나마 음식이 맛있고 사진이 잘 나오면 그분들에게 위로가 될듯하다.
집에 와서 바로 파일을 열어보았다. 실내가 어두운 편이고 공간이 좁아서 살짝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다. 물론 최종 판단은 고객이 하겠지만 일단 다행스럽다. 가족사진이 참 예쁘게 나왔는데 초상권 때문에 공개하지 못함이 아쉽다. 오늘 나의 마지막 돌스냅 고객이 된 아가가 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성장해 주길 힘차게 응원해 본다. (음...마지막이라고 장담할수는 없지만 아마... 마지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