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 정혜신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by 단아한 숲길




몸이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도 많지만

정신이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은 더 많은 세상.


때로는 상처 주는 주체가 되기도 하고

상처 받는 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상처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 깊숙한 곳에 뜨거운 불덩이를 가두어 두고

평온한 척 살아가지만

사실은 미칠 것처럼 힘들고 답답한 사람들.


나 자신일 수도 있고

내 가족이나 이웃일 수도 있으며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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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지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건 뭘까?"



작가 정혜신은 결정적 위로와 세심하고 과감한 지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가장 강력한 힘은

공감이라고 말한다.






친정 엄마는 오래전부터 우울증에 시달리셨다.

엄마의 복잡 다단한 과거의 삶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가끔 말하셨다.

"내가 죽고 싶어도 너희들 때문에 버텼다.

자살한 에미 두었다고 손가락질당할까 봐..."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시리고 눈물이 났다.



작년 여름에 엄마의 우울증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시도 때도 없이 잠만 자려고 하셨고

말수가 줄어서 누가 말을 시키지 않는 한

입을 꾹 다물고 계셨다.

음식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셨고,

얼굴에선 모든 표정이 사라져 버렸다.

살아 있으나 죽은 사람 같은 얼굴이었다.



"이대로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든 풀 같은 얼굴의 엄마가 생기 없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위로를 했어야 했던 걸까?


"엄마, 생각하기 나름이잖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이만하면 남 부러울 거 없지 뭐."


라고 말한 적도 있고


" 많이 힘들죠. 조금만 힘내요. 곧 괜찮아질 거야"

라고 말한 적도 있다.




충조평판



저자는 말한다.

절대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을 하지 말라고.

먼저는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뜨끔!)



우울증을 뇌의 생물학적 문제로 지나치게

몰아가면서 약 처방에만

의존하는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곁들였다.


그래서 적정심리학을 강조한 것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집 밥 같은 심리학.

집밥 같은 치유의 다른 이름이 적정심리학인 것이다.


정신과 의사이면서 뭔가 다르다.

의식이 깨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과 관련해 일종의 클리셰가 있다. 공감은 누가 이야기할 때 중간에 끊지 않고 토 달지 않고 한결같이 끄덕이며 긍정해 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전혀 잘못짚었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감정 노동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지친다. 참다 참다 인내심을 잃고 폭발하거나 폭발하지 않더라도 지치고 짜증이 나서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게 된다. 일방적으로 쏟아낸 사람도 집에 돌아가면 찜찜한 마음이 생긴다. 너무 내 얘기만 길게 늘어놓은 건 아닌가. 내 말만 너무 많이 한 건 아닌가. 두 사람 모두에게 유쾌하지 않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p.117>



공감은 상대를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깊은 감정도 함께 자극되는 일이다. 상대에게 공감하다가 예기치 않게 지난 시절의 내 상처를 마주하는 기회를 만나는 과정이다. 이렇듯 상대에게 공감하는 도중에 내 존재의 한 조각이 자극을 받으면 상대에게 공감하는 일보다 내 상처에 먼저 집중하고 주목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따스하게 물어줘야 한다.


언제나 나를 놓쳐선 안된다. 언제나 내가 먼저다. 그게 공감의 중요한 성공 비결이다.

<P.120>


악의가 없어도 얼마든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은 배워야 할 수 있는 것이다.

<P.125>





저자는 억지 공감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성과가 아닌 존재 자체에 주목하고 공감해 주는 경험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다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책은 아니다.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며 읽어봐야 할 책이다.

엄마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에게 충조평판을 휘둘렀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처음엔 엄마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구매해서 읽었다.

하지만, 결국 나 자신에게도 훌륭한

조언이 되어 주었다.



"당신이 옳다."

이 말은


무조건 옳다고 대답해 주라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나 생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고

공감해 주자는 것이다.



공감을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던 내게

많은 생각을 던져 주었다.

제대로 된 공감은 생명을 살리는

위력을 갖고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엄마의 우울증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충조평판은 거두고

엄마의 존재 그대로를 인정해 주면서

공감해 주는 딸이 되고자 한다.

단번에 되지는 않겠지만

배우고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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